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요즘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를 걷다 보면 모양이 독특한 스카이라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프레스센터 맞은편에 쑥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이다.

이 성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로 앞에 있는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1937년 건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서울시가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별관을 철거하면서 약 80년 만에 처음으로 이국적인 자태를 드러냈다. 이 성당은 조선 성공회 3대 주교인 마크 트롤로프가 영국인 아서 딕슨에게 설계를 의뢰해 1926년에 세워졌다. 90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셈이다. 창문과 문은 아치 형태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한국의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동서양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계승하고 있다.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고딕 양식의 명동성당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전체적으로 커다란 십자가 형태인 건물의 외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길 건너편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 올라가면 된다. 19층 홀에서 내려다보면 별관 철거 현장과 성당, 덕수궁과 시청 별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겉모양도 특색 있지만 이 성당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서양인에 의해 건립된 본격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6·25전쟁 중 믿음으로 교회를 지켰던 6명의 순교자를 기념하는 조형물에는 한국 현대사의 비애가 서려 있다. 이런 까닭으로 1978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문화재가 하나 더 추가됐다. 성당 내부 제단 벽면에 설치된 모자이크 제단화다. 이 제단화는 가로 세로 약 8m의 제법 큰 그림이다. 중앙 위쪽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아래에 성 스테파노, 성 사도요한, 성모 마리아, 성 이사야, 성 니콜라스 등 성인들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은 “이 그림은 성당 건축 당시 주문 제작됐는데 작품성이 높을 뿐 아니라 훼손되지 않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어 등록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성당 내부에는 눈여겨볼 만한 것들이 많다. 12명의 사도를 상징하는 돌기둥이 예배석을 따라 나란히 서 있고, 제단 왼쪽에는 주교가 앉는 의자인 주교좌가 있다. 중앙 제단 오른쪽 성 니콜라스 제단에는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가 1992년 방문해 서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 또 뒤쪽의 파이프오르간은 1985년에 설치한 것으로 1450개의 파이프가 있어 맑고 풍부한 음색을 낸다고 한다.

사실 영국 국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성공회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종교다. 세계 그리스도교 가운데 천주교와 러시아정교회 다음으로 규모가 크지만 낯설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온 현대사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친숙하다.

광화문, 시청 등 세종대로를 지나다가 한번 들러볼 만하다. 구석구석 새겨진 안내판에서 숨겨진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상주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일반 개방 시간은 일요일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봄가을에는 성당에서 마련한 무료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도 감상할 수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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