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은 놀란 눈치였다. 조지 마이클을 좋아한 ‘과거’를 어떻게 알았냐는 거다. 기억할 수밖에. 외가에 갈 때마다 늘 외삼촌의 방에서 조지 마이클의 대형 사진과 뮤직비디오를 봤으니까. 사진 속 마이클은 어린 내가 봐도 어딘지 ‘날라리’ 같았는데, 그 모습이 꼭 외삼촌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의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알몸의 남녀(남자는 조지 마이클이다)가 등장해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성적 매력을 경쟁적으로 발산한다. 게다가 이 남녀, 천으로 눈을 가리고 나온다. 참 알쏭달쏭하고 또 ‘충격적’이다. 보면 안 될 것을 봤나 싶을 때, 외할머니가 TV를 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일까. 남들은 조지 마이클 하면 ‘라스트 크리스마스’나 ‘웨이크 미 업 비포 유 고고’와 같은 낭만이 넘치는 히트곡부터 떠올리지만, 나에겐 이 뮤직비디오의 ‘야한’ 영상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 노래 제목이 뭐였냐고 묻는데, 외삼촌은 “글쎄, 생각 안 나. 잊고 산 지 오래지, 허허” 한다. “아마 1987∼1989년 무렵이었을 거야”라는 힌트에 공식사이트(www.georgemichael.com)를 뒤져 찾아냈다. 제목은 ‘아이 원트 유어 섹스’(해석은 생략한다). 마이클의 솔로 데뷔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BBC로부터 방영 금지됐으나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각각 2·3위까지 올랐다”는 설명이 내 잔상(殘像)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해줬다.
외삼촌은 결혼을 하면서 이미 20여 년 전 조지 마이클과 이별했다. 그가 남자를 사랑한 남자였고, 익명의 동성과 성관계를 즐겼으며 “내가 원하는 일만 한다”며 죽는 날까지 반항적이고 자신만만했다는 것도 잘 모르는 듯했다. 모던 팝 스토리(북라이프)의 저자 밥 스탠리는 그런 마이클에 대해 “마치 지금을 사는 것처럼” “재미가 우선”이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욕망으로 자신을 정의하도록 부추겼다”고 평한다. 외삼촌과 통화하면서, 자유분방했던 청년은 사라지고 이제 40대 후반의 평범한 대한민국 가장이 남았음을 깨달았다.
송가(頌歌)를 쓰려 했는데, 작별의 글이 됐다. 그것도 두 번을 해야 한다. 나의 우상과, 내 우상의 우상에게 말이다. 안녕, 스무 살의 외삼촌. 굿바이, 조지 마이클.
pdm@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