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경제산업부장

연초부터 세계발(發) 불확실성에다 국내 정정(政情) 불안이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일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우리 안팎의 여건은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로 표현하기가 부족해 초(超)불확실성 시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난 연말에도 1977년 출간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Age of Uncertainty)’를 언급하며 “40년이 지난 지금은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했었다.

갤브레이스는 1950년대부터 구가해온 글로벌 성장이 오일쇼크를 맞아 한계에 다다른 당시를 놓고 ‘사회를 주도하는 원리가 사라진 시대’로 정리했다. ‘초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를 처음 언급한 건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다. “2017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1977년의 불확실성은 거의 부러울 지경”이란 게 아이켄그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1977년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아니었다. 당시 지미 카터는 최고의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전체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고 했다. “만약 갤브레이스가 2017년에 같은 책을 쓴다면 그는 1970년대를 ‘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렀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 ‘럭비공’ 트럼프는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공언해온 대로라면 그는 세계 경제 질서부터 재편하려 할 것이다. 이른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다. 정치·군사패권 경쟁에는 경제 패권의 주도가 관건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G2 간 다툼이 경제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된 마당이라 국제금융시장, 무역시장, 원자재 시장이 ‘칼춤’을 출 게 분명하다. 유럽연합(EU) 추가 탈퇴 긴장도 커질 것이고, 4차 산업혁명 본격화로 빚어질 기술전쟁은 전통적 생산요소들, 토지·노동·자본의 본질을 더욱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세계 경제의 질서와 원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未曾有)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지정·지경학적으로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영락없이 불확실성의 포로가 될 처지다.

흔히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는데, 그건 위기의 실체를 간파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금의 불확실성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 GPS가 오작동하는 내비게이션을 달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격이다. 거기에 대응 방법이란 네트워킹과 협업밖에 없다. 사방에 센서를 달아 미세한 변화까지 감지하고, 이 정보를 토대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는 누구라도 위기를 탐지하는 센서가 돼야 한다. 컨트롤타워는 정교한 판단력과 신속한 집행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게 ‘경제 집단지성’이다.

현재의 정부 컨트롤타워 시스템으로는 부족하다. 장관급의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차관급의 거시경제금융회의는 2차 가공된 정보에 기반을 둔 사후 대응의 특성이 강하다. 민간까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가 구성돼야 한다. 이명박정부 시절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쳐온 2009년 1월 정부는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선포했다.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 룸(war room)’격인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했고, 매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관련 부처만이 아니라 최전선에 있는 민간이 참여해 현실을 토로하고 의견을 개진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2010년 9월에 국민경제대책회의로 변경될 때까지 총 47차례 열리며 위기 극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냈다. 적지 않은 오류도 있었지만, 그 점만은 인정해줘야 한다.

여기에 민간경제의 집단지성이 더해져야 한다. 기술 협업을 통한 네트워킹과 융합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독점 기술과 독점 시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업종 간 고유영역이 허물어지는 시대에 삼성과 현대차가 자동차 부품과 자율주행차에서 기술 결합을 도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AI) 부문에서도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사들이 제각각 시장 선점만 노리면 필패다. 기존 시스템이 만든 알고리즘으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최적지를 찾을 수 없다. 파괴와 혼돈과 무질서까지도 새로운 전략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도전이어야 한다. 그게 불확실의 시대를 극복하는 경제 집단지성의 동력일 것이다.
오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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