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그룹 전망
2차대전 이후 가장 불안정
지정학적 후퇴 시기될 것

美·中 긴장속 北 도발땐
동북아 정세 격랑속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 그리고 이에 맞서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강경대응 기조가 올해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가장 핵심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간 강경 대결 구도로 인해 2017년은 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됐던 냉전 시대 이상의 불안정 시대로 접어드는 지정학적 후퇴(geopolitical recession)의 시기가 될 것이란 경고도 제기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 정세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됐으며,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일어난다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3일 발표한 정세 전망보고서 ‘톱 리스크 2017 : 지정학적 후퇴’에서 올해 국제 정세를 위협하는 10가지 요인 중 첫째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꼽았다. 보고서는 “트럼프는 국제적 안정을 강화하는 정책을 고안하는 대신 절대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데 국력을 활용할 것”이라며 “그는 고립주의자가 아니라 ‘일방주의자’”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약한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국익을 늘리는 데 직접적인 국력 활용 계획을 세울 것이기 때문에 ‘신(新)고립주의’로 트럼프 행정부를 이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확고한 일방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고 유라시아그룹은 분석했다.

권력 교체기의 중국에서는 올가을 치러지는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를 거치며 많은 정치 엘리트들이 물갈이되는 등 정치적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이런 혼란기도 국제 정세 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그룹은 “시 주석은 자신의 정권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동안 중국의 이익이 외부로부터 도전받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극히 민감하다”며 “따라서 시 주석은 외국의 정치적 도전에 대해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며, 미·중 간 긴장 속 충돌은 가장 예상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도발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는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정권,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두고 대치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도 예민해진 상태의 시 주석을 자극하는 도발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시 주석이 권력 유지에 집중하게 되면서 경제 정책에 있어 외국 투자자들이나 글로벌 시장을 당황하게 만드는 실책을 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 이어 북한의 핵 도발도 동북아 지역의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유라시아그룹은 “언제인지 정확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미국과 중국 사이가 악화되는 어느 시점에 미국을 확실하고 즉각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중도 좌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트럼프의 강경한 정책은 이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을 휩쓸어 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격변하는 정치적 위기 환경이 조성되는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올해 지정학적 후퇴의 시기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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