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인도청구 ‘최후 카드’
섣불리 청구하면 불복 소송
여권 무효화 등 다양한 조치
수사·정치권·언론 대응 등
‘큰 그림’ 전문가 도움 판단
특검-정유라 치열한 ‘수싸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4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사진) 씨의 퇴로를 차단하는 작업을 전방위로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의 핵심은 가능한 법적 절차를 모두 동원해 ‘자진 귀국’ 외 다른 ‘선택지’를 없애는 것이다. 특검팀은 정 씨 자진 귀국 시 80억 원에 이르는 삼성그룹 개별 지원의 대가성과 관련한 그의 ‘돌발 진술’을 기대하고 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최 씨를 압박하는 ‘지렛대’ 효과도 예상된다.
앞서 덴마크 서부고등법원은 정 씨가 전날 제기한 올보르 지방법원의 4주 구금 기간 연장 결정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정 씨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 이상, 오는 30일까지 구금된 상태에서 덴마크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범죄인인도청구는 특검팀 ‘최후의 카드’ = 특검팀은 정 씨 송환을 위해 치밀한 전략 아래 움직이고 있다. 범죄인인도청구를 섣부르게 하지 않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특검팀이 법무부를 통해 덴마크 사법당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해서 받아들여질 경우, 정 씨 측은 송환 불복 소송을 곧바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범죄인인도청구 서류는 이미 완비했지만, 덴마크 사법당국에 제출하지 않았다. 최후의 카드로 남겨둔다는 계획이다. 일단 정 씨의 여권은 이달 10일 효력을 잃는다. 여권이 무효화된다고 해서 정 씨가 바로 강제 추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검팀은 이 기간에 자진 귀국할 수 있도록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특검은 덴마크 사법당국이 정 씨가 현재 독일과 우리나라 양국에서 재산 도피 등 중대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점, 이에 따라 여권 효력이 상실된 점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 씨를 불법체류자로 판단해 강제 추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정 씨에 대한 ‘긴급인도구속 청구서’에는 범죄 수익을 은닉한 자금 세탁 혐의,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이화여대에서 입학과 학사에 특혜를 받은 혐의 등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덴마크 사법당국이 피의자 정 씨를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검팀과 정유라 측 치열한 수 싸움 = 현재 특검팀과 정 씨 측의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검팀 내부에서는 21세에 불과한 정 씨 한 명과 싸운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특검팀은 정 씨 뒤에 ‘큰 그림’을 그리는 ‘그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람이 아니라, 덴마크 현지에서의 법리 대응, 정 씨 귀국 시 특검 수사 대응, 정치권·언론 대응 등 파트를 나눠 정 씨에게 도움을 주는 ‘전문가 그룹’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일 오후 덴마크 법정에서 열린 구금연장심리에서 “엄마(최순실 씨)가 다했다”는 발언 등도 정 씨 개인의 판단에 따른 발언이 아닌, 법리 검토를 끝낸 후 나온 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특검팀은 보고 있다.
이에 정 씨가 가능한 모든 소송 절차를 진행하며 그의 아기(2)와 떨어진 채 덴마크에서의 ‘구금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 씨가 아기를 돌볼 수는 없지만, ‘구속’이 아닌 ‘구금 생활’을 할 수 있는 덴마크에서의 생활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변수가 있지만, 정 씨가 한국에 귀국하면 구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어느 나라에서 조사를 받든 정 씨는 어차피 직접 아기를 돌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그가 아기보다는 자신의 구속 여부를 더 걱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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