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檢, 이병기 前실장 압수수색
작성 시기·국정원장 임기 겹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가정보원이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청와대가 직접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국정원이 보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활용,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식의 ‘삼각 구도’가 확인된 셈이다.

특검팀은 문체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이 국정원 동향 보고 등을 참조해 이뤄졌고, 국정원은 문화예술계 반정부 인사 동향 보고에도 적극적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이병기(70)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 같은 정황에 대한 추가 증거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임명 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는데, 이 시기는 블랙리스트 작성이 주도적으로 이뤄진 때와 겹친다. 이 전 실장이 국정원장을 지낼 때 청와대에는 김기춘(78) 전 비서실장, 조윤선(51) 문체부 장관(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근무했다. 이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또 문체부 사무실과 직원 거주지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문체부 공무원과 국정원 정보관(IO)들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국정원은 관련 정보 동향 파악과 함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정부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데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같은 국정원의 동향 보고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소영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문화체육비서관은 특검 조사에서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체부로 내려보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과정을 김 전 실장이 주도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조 장관 등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 것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청와대가 주도한 정황이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특검은 조만간 조 장관과 김 전 실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뿐 아니라 이를 악용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블랙리스트에 최순실(61) 씨의 이권에 방해되는 이들이 포함돼 있는 정황도 일부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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