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 계획 강행하다 ‘백기’
트럼프, GM때리기도 나서
일각 “기업활동 지나친 간섭
해외 직접투자 제한” 우려도
국내 일자리 보호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압박에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멕시코 공장 건설을 포기했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제너럴모터스(GM)에도 ‘관세 폭탄’을 경고하는 등 본격적인 기업 공격에 나서, 정부의 기업 활동 간섭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는 3일 멕시코에 16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를 들여 차량 생산 공장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신 미시간주에 7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자율주행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고 일자리 700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마크 필드 포드 CEO는 이번 결정에 대해 “차기 정부가 세금, 규제에 있어 제조업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할 것이란 믿음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드의 이번 발표는 앞서 트럼프가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포드 자동차에 대해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나온 조치다. 트럼프는 포드가 차량을 멕시코가 아닌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해 11월 트럼프는 포드의 윌리엄 포드 주니어 회장과 통화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방금 내 친구 포드가 내게 전화를 걸어 ‘링컨 공장을 멕시코가 아니라 켄터키에 그냥 두기로 했다’고 알려 왔다”고 적었다. 이후 포드 회장이 멕시코에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을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신경전이 벌어지는 듯했으나, 결국 포드 측은 계획을 포기했다.
포드에 백기를 들게 한 트럼프는 GM 겨냥에도 나섰다. 그는 3일 트위터에 “GM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쉐보레 크루즈’를 미국의 판매점에 보낼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차를) 만들거나 아니면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GM은 멕시코 공장 증설을 위해 2018년까지 총 5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향후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트럼프는 보잉,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와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등과도 신경전을 벌여왔다.
WSJ는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가 그의 지지층인 제조업 종사자들과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쇠락한 산업 지대 노동자들에게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가 지나치게 기업활동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WSJ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멕시코 수출품이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경제학자들은 미국 제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이 멕시코 등 해외직접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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