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개헌(改憲) 보고서’ 파문은 당 일각의 사소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숨겨져 있다. 민주당의 공식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연구원은 최근 ‘개헌논의 배경과 전략적 스탠스’ 보고서를 펴냈다. ‘제1편’ 부제가 붙은 것을 보면 보고서 시리즈의 첫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의지가 실렸다는 얘기다. 그런데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 5명에게만 보냈다고 한다. 아직 대선 후보가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 자체만으로도 공당(公黨)의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당 정책연구기관은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의해 사실상 국고(國庫) 지원으로 운영되는 조직임을 고려하면 이런 주먹구구식 운영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내용이다. 첫째, 개헌을 국가적 과제라기보다 정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에 결집한다면 비문 연합과 문재인 전 대표의 선거로 전환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야합 세력으로 몰아붙여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 30년 만에 개헌특위가 가동되는 등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민주당도 2012년에 개헌을 공약했다. 그런데도 대선 전략 유불리(有不利)를 앞세워 ‘개헌 스탠스’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문 전 대표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듯하다. 보고서의 전략이 개헌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인 문 전 대표 입장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개헌론자이자 대선 주자로도 꼽히는 김부겸 의원이 “당의 공식기구가 벌써 대선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은 “촛불을 당 안에서도 들어야 할 판”이라며 당내 민주주의를 걱정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사당(私黨)처럼 되고, ‘문재인판(版) 최순실’이 누구라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여당이 국정농단으로 쪼개지는 판에 제1야당까지 그런 식이라면 국가적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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