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환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국제법

최근 한·중 관계가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겨울 한파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26억5400만 달러이던 대중(對中) 수출은 1458억6900만 달러로 55배 가량 급증한 2013년을 정점으로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에는 불법조업 중국 선박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중국 선원 3명이 사망하고, 10월 7일에는 업무 수행 중이던 한국 해경 소속 고속정 한 척이 중국 어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중국 선박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중국인들의 혐한론(嫌韓論)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중 관계는 특히 북핵(北核) 위협에 대한 자위권적 대응 조치로 취해진 지난해 7월 8일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급격히 악화했다. 이후 각종 무역 규제는 물론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중국 내 롯데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 문화 협력, 관광 서비스 분야에도 한류 스타와 한국산 제품의 규제, 곧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진 상태다. 한국 방송 콘텐츠에 대한 유통은 중국 시장에서 이미 금지된 상태이고, 중국 정부는 자국인 한국 관광객을 20% 이상 감축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이처럼 한·중 관계가 악화한 배경은 한·중 어업 갈등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사드 배치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상하이푸단대(上海復旦大) 국제대학원 우신보(吳心伯) 부원장이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중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렇듯 사드 배치를 중국의 전략적 핵심 문제로 간주하는 시진핑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사드는 한·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현재 직면한 최악의 경제 위기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한반도 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국가안보와 번영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사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응책은 없는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가 발전을 위해서 안보와 번영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핵심 가치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한·중 관계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응 방안으로, 안보와 번영을 함께 고려하는 투 트랙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우선, 경제적 대응 방안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충실히 이행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한다. 브렉시트, 곧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예측할 수 없는 최대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 시장의 안정적인 확보가 우리에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외교 안보적 대응 방안이다.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은 국제법상 정당한 자위권적 대응 조치이며,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인과 한국산 상품에 대해 차별적인 한한령을 발동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도 위반된다는 사실을 들어 계속 설득하되,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공약’이 있는 경우에는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는 외교 협상을 중국 정부와 타결하는 것이다.

손상된 미·중 균형외교를 회복하고 북핵 문제 및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기회로 사드 위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성숙한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현명하게 발휘돼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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