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오, 삶의 의미는 따뜻한 참베라(이탈리아 도넛)를 베어 무는 데 있는 거야’. 나는 빙그레 웃으며 도넛을 한 입 베어 문다. 늘 그렇듯 그의 말이 맞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파우스토 브리치의 데뷔작 ‘100일 동안의 행복’(민음사)에서 주인공 루치오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도넛을 만드는 제과점 주인인 장인 오스카가 나누는 대화입니다.

인생의 운명과 행복에 대해 오스카와 티격태격하던 루치오는 이 한마디에 그냥 수긍해버립니다. 도넛, 특히 오스카가 만든 도넛을 좋아하는 그로선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매일 그 도넛을 먹는 것이 큰 행복이었으니 말입니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애프터 러브’로 알려진 브리치 감독이 ‘100일 동안의 행복’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소설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이 대화 속에 모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적당히 철없고 상당히 유쾌한 마흔 살의 헬스 트레이너 루치오. 사랑하는 부인 파올라와 아들딸을 키우며 그리 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던 그는 바람을 피우다 발각되는 바람에 쫓겨나 장인 오스카의 제과점 뒷방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인생의 위기를 맞은 그에게 더 큰 위기가 몰려옵니다. 말기암으로 살 날이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처음엔 화학 치료도 받고, 자연 치료요법도 쓰던 그는 온갖 부작용이 나타나자 자신의 인생에서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아직 어린 아들딸에게 언제까지나 기억할 수 있는 밝은 모습을 남기기 위해, 극한의 통증 없이 생활할 수 있는 100일의 시간을 정해두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기로 합니다.

소설은 100일에서 시작해 99, 98, 97, 96일과 같은 식으로 루치오가 자신에게 남은 100일을 보내며 쓴 기록입니다. 죽음을 향해 가지만 소설은 너무 유쾌하고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습니다. 그것이 이 소설의 큰 매력입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내 파올라에게 용서받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그는 장인어른이 만든 도넛을 매일 아침 먹으며 행복을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과 하이킹 여행을 떠납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중에. 보통은 문제를 미루기 위해 우리가 수없이 많이 하는 말이다. ‘나중에 전화할게’라는 말은 나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가장 흔한 표현이다. ‘나중이 있을까?’ 하는 물음도 우리가 대답을 기대하지 않고 질문하거나 내 경우처럼 우리가 전혀 하지 않은 중요한 질문이다. 나중이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이다. 늘 나중은 있다. 나중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현재를 즐겨라. 그게 더 낫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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