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서 온 수호 / 임정자 사진·글 / 문학동네

이 책은 사진 이야기책이다. 동화도, 논픽션도 아닌 사진 이야기책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주인공 수호는 임정자 작가가 키우는 강아지이며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작가가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것이다. 그러나 논픽션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작가와 수호로부터 시작된 여러 겹의 이야기가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어느 곳에도 세월호라는 낱말이나 팽목항의 사진은 등장하지 않지만, 이 책은 누군가는 정확히 떠올리지도 못한다는 2014년 4월 16일의 기억과 함께 읽어야 하는 각별한 이야기책이다.

임정자 작가는 그날 이후 수없이 진도를 오갔다. 손이 필요한 곳에서 일하면서 팽목항에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 함께 살던 개 진순이를 어처구니없는 일로 잃었고, 선물처럼 만난 강아지 수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되었던 수호는 원래 작가가 키우던 또 다른 개인 흰둥이, 돌돌이와 가족이 됐다. 뭐든지 잘 먹는 흰둥이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알뜰히 가르쳐주는 돌돌이 곁에서 수호는 사랑스러운 강아지로 자란다. 어느 날 덩치가 큰 옆집 개 행복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진도에서 온 수호’라는 책의 힘은 여기서부터 나타난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고통을 겪고 고개를 들 수도 없는 두려움에 오랫동안 떨고 그 두려움을 용기로 이겨내면서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 수호의 모습은 고전적인 성장 서사의 주인공 그대로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 쓰다듬기 어려울 만큼 뭉클하고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 것은 수호를 보는 가운데 마음 밑바닥에서 겹쳐지는 얼굴들이 있기 때문이다. 끝내 어른이 되는 그날에 닿지 못한 별들을 떠나보낸 곳에서 수호는 왔다. 책을 덮으면, 수호처럼 장난이 많았을 텐데, 저렇게 아팠을 텐데, 듬직하게 자라나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이들의 얼굴이 한없이 떠오른다.

작가의 사진은 수호를 키운 사람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고 담겨 있는 이야기는 사실을 훌쩍 뛰어넘는 진한 감동을 준다. 그 바다에서 홀로 구조된 다섯 살 소녀가 어른이 되는 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희망을 멈출 수 없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수호는 강아지였지만 끝내 개가 되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 또한 그러길 바란다.” 책을 읽는 우리도 작가와 같은 마음이다. 간절하게 그런 마음이다.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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