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마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국내 소식을 파악하기 위해 문화일보를 읽다가 미소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인터뷰를 마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국내 소식을 파악하기 위해 문화일보를 읽다가 미소짓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北에 아산의 삶 소개한 책 있어
빈대한테서 배운 교훈 등 담겨
강연 통해 北실상 알리고 싶다


인터뷰 도중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미국 워싱턴DC의 의회에서, 독일의 베를린 광장 등에서 연설하는 상상이 떠올랐다.

그에게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북한을 떠난 이유에 대한 대중강연에 나설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또렷하게 쳐다보더니 단호한 음성으로 답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가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태 전 공사는 문화일보 창립자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실향민으로 한국에 내려와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을 일군 정 회장을 북한 사람들은 대단히 존경한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는 아산의 삶과 기업가 정신을 소재로 제작된 책도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유일지배 체제인 북한에서 수령이 아닌 인물에 대한 칭송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체제 선전을 위한 혁명 영웅이나 모범근로일꾼도 아닌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가에 대한 소개는 의외였다.

책에는 ‘빈대한테서 배운 교훈’ 등이 담겨 있다고 알려 주었다. 아산이 청년시절 막노동 합숙소에서 밥상 네 다리에 물 담은 양재기를 고여놓고 빈대를 피하면서 잤는데, 나중에 빈대들이 천장으로 올라가 사람을 향해 떨어지더라는 얘기였다. 그때 아산은 ‘하물며 빈대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인간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태 전 공사는 “개인적으로 정 회장을 대단히 존경한다”며 “아산의 ‘해봤어?’,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 가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알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서울로 오는 길을 찾기까지 아산의 말이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 전 공사는 “‘통일이 언제 되나, 힘들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심만 하면 반드시 할 수 있고, 만들어서라도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라고 강조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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