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디찬 밤의 세계는 그리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속을 가만히 보면 잔잔한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차디찬 밤의 세계는 그리움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속을 가만히 보면 잔잔한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네. 2016년 작. 김영화 화백
겨울을 맞아 미국에서 지인이 들어왔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는 오랜만에 온 고국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지금 한국은 매우 변화무쌍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에 와서 본 몇 가지를 이야기했다. 몇몇 골프장을 가봤지만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라운드 복장으로 출입해 라운드하고 집에 가서 샤워하겠다고 하니 일행들이 비웃더란다. 한국에선 그러면 웃음거리이다. 환복하고 씻고 식사를 함께해야 한다는 말에 한국 골프문화는 매우 독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단다. 미국은 그냥 자기 편하게 차 트렁크에서 셀프카트를 꺼내 라운드하다가 도중에 갈 수도 있고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 씻고 쉴 수도 있는데 한국 골프장은 하나같이 모든 시스템이 똑같음에 적잖이 놀랐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골프문화는 개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집단문화를 많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골프장 어느 한 곳도 개인적으로 카트를 가져와서 라운드할 수 있게 해 놓은 곳이 없다. 골퍼의 선택이 아닌 골프장의 요구에 의해 골프를 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는 국내 골프장에서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요구하고 다니는 등 지나친 친절이 짜증스럽고, 부담스러웠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골프장 관계자와 만나 미국에서는 골프 칠 때 골프장에서 이렇게 해준다고 말하자 “이미 벤치마킹을 많이 해서 우리도 잘 안다”며 귀도 기울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주 작은 불편함을 우리에게 토로한 그 지인의 말이 전적으로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TV를 통해 청문회를 봤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질문해 놓고 중간에 말 자르기, 호통치기, 자신의 질문이 불리하면 “맞냐, 안 맞냐”만 요구하는 한국식 청문회에 대해서도 안타깝다고 했다. 지금 저 장면을 모든 국민이 보고 또 어린아이들이 보면서 무엇을 배울까 싶어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지인은 모처럼 고국에 와서 안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지만 함께한 모든 사람은 그동안 우리가 최고이고, 우리가 행하는 행동이 가장 정당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한마디씩 했다.

정작 우린 남이 하고 싶은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살아왔다. 정작 우린 남의 말에 대한 경청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동조해 주기를 바라고 살아왔던 것이다. 골프를 치다 보면 참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한다. 골프는 지문과 같아서 단 한 개의 닮은 스윙은 없다고 한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늘 내 기준에서 말을 하다 보면 상처받고 분란을 일으키게 된다.

올해엔 국내 골프장도 다양한 시스템으로 골퍼들이 만족하며 원하는 방법으로 골프를 칠 수 있게끔 변화하기를 꿈꿔본다. 올해에는 골퍼들도 내가 아닌 상대방을 먼저 존중, 인정하는 골퍼가 되기를 미국서 온 지인을 통해 희망해 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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