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정치부장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19∼21%의 박스권에 머물던 지지율이 지난 연말 실시된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최고 27.4%까지 급등했고, 같은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8.3%)과의 격차는 무려 9.1%포인트에 달했다. 지난 2∼4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28.5%를 기록해 반 전 총장을 8.1%포인트 차이로 따돌렸고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선두를 지켰다.

문 전 대표 측은 지지율 약진이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공세적인 조기 대선 행보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섀도 캐비닛 언급, 개혁 과제 제시 등을 통해 대선 자신감을 피력하고 호남과 영남 등 전략적 승부처를 방문해 소통을 강화한 것이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두루 지지세력의 결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지지율 1위 후보에 대한 집중 견제와 개헌 연대 공세를 개혁 어젠다로 정면 돌파하면 반 전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는 것은 물론 조만간 ‘대세론’을 이끌어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장단점이나 정치적 여건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은 독이 될 수 있다. 첫째, 공세적 행보가 문 전 대표 비판의 단골메뉴인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문제를 재등장시킬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가 문 전 대표의 대선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나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야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 측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면서 지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면 문 전 대표가 야권에서 대세를 장악하더라도 나머지 후보들의 연대로 막판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고 본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나 다른 후보들의 자발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개혁 이슈 선점 전략이 집토끼 결집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지지세 확장성의 한계’를 심화할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우리 사회의 적폐에 대한 개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외교·안보 환경에 따른 보수 성향과 장기 불황에 따른 경기 활성화의 기대 등으로 일정 수위를 넘어서는 개혁 어젠다에 대해 머리로는 동의하지만 가슴으로 지지하지 않는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보수주의 정치 전략가 데이비드 호로비츠에 따르면 선거는 ‘유권자의 다수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행위지만 진짜 중요한 전략은 유권자들이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고 상대방의 승리에 대해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작업’이다.

셋째, 문 전 대표가 조기에 대세론을 형성하면 여권의 긴장감이나 보수 지지층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여권 단일화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당연히 보수표의 결집도 역시 높아진다. 이 경우 문 전 대표 측이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본선 시나리오, 즉 경선 흥행에 실패한 문재인 야권 후보와 빅텐트 경선을 통해 국민의 관심 속에 극적으로 단일화된 중도·보수 후보의 대결이 전개될 수도 있다.

3가지 함정을 피해 가는 길은 문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그랬듯이 여전히 적지 않은 국민은 문 전 대표를 ‘국가적 지도자’가 아니라 친노(친노무현)·친문이라는 특정 정파의 리더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우선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자유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가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문제가 많다고 자신의 가정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사람을 가족은 가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 가장이 추진하는 개혁을 지지할 수도 없다. 동시에 ‘광장’보다 ‘법치’에 대한 신념을 보여줌으로써 개혁을 포함한 국정 운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 국민은 진보 성향의 지도자들이 선민의식과 목적지향적 사고에 사로잡혀 기존의 절차나 과정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문 전 대표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문 전 대표의 문제만은 아니다. 문 전 대표가 유력한 후보가 되면 여당 후보의 분발을 이끌어 내게 되고, 여야의 좋은 후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국민이 또 고통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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