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사회부 부장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 법률 경시가 심각하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가 되는지 인식이 아예 없었으니 일개 사인인 최순실에게 국무총리 등 자신의 첫 내각 주요 인사명단을 사전에 컨펌 받고, 외교·안보와 관련한 민감한 청와대 문서를 넘겨주며, 대기업 총수들을 일일이 독대해 774억 원을 반강제로 내도록 해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을 최 씨에게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로 사건이 만천하에 폭로돼 국회에서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특별검사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드러난 사실마저 원천 부인하며 논리도 닿지 않는 막무가내식 주장을 계속하는 게 대통령으로 할 행동이 맞나 싶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깼던 박 대통령은 현재 헌재의 변론기일에도 불출석하면서 장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로 예정됐던 헌재의 1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하기에 앞서 신년 첫날인 1일 ‘꼼수’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직무 정지된 대통령으로서 헌법위반 시비를 차단하려는 듯 청와대 비서실장이 초청한 오찬에 우연히 참석한 모양새를 갖췄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합병을 도와준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에게 220억 원 지원계약을 하고 실제 80억 원을 송금했으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한 정황이 특검 조사로 구체적으로 드러난 데 대해 “(특검이) 완전히 엮었다”고 주장했다. 없는 사실을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취지인데, 대통령의 말이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지 특검 관계자는 기자에게 “(우리는) 보통 물증이 있을 때 엮었다는 표현을 한다”고 받아쳤다.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반박이다.

자신의 지시를 받아 범죄행위에 나섰다 구속된 측근들에 대해선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 건데 어떻게 이런 데 말려 가지고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 현실을 부정하면서 남 얘기하듯 하는 예의 ‘근혜체’를 또 드러냈다. 미국 유학 갔다 와서 대학교수씩이나 지낸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20년 가까이 보좌한 핵심 측근은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면서 대포폰을 사용했다. 어쩌다 이런 일에 말려든 게 아니고 불법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회피하고 헌재에도 출석하지 않으며 여론전을 펼치는 건 지지자들을 움직여 헌재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목적에 더해 측근들에게 말 맞추기 및 법적 투쟁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여 더욱 볼썽사납다. 대통령의 행적을 좇아 최순실은 특검 수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고,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집을 떠나 헌재의 증인신문을 위한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고 있다. 수감 중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증거인멸 정황으로 구치소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통령과 국정농단 주역들의 사법 방해가 조직적이다. 일국의 대통령과 권부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최소한의 품위도 없이 시정잡배처럼 막가는 이 자체도 또 하나의 탄핵 사유가 된다.

sdgim@munhwa.com
김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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