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역할 축소·은폐 논의 등
靑 조직적 말맞추기 정황 포착
최순실-정호성 녹취록 공개 등
재판서 국정농단 속속 드러나
檢수사때 ‘崔 모른다’ 잡아뗀
이재만·안봉근 곧 부를 방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말 맞추기·증거 인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 등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며 최 씨의 국정농단 정황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 등의 말 맞추기,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키로 하는 한편,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6일 검찰과 특검 등에 따르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박 대통령과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대응 방안 마련 회의를 했고,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정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는 모금과 재단의 인사 등을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이 정리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회의는 두 재단 기금 조성과 관련한 의혹이 한창 제기되던 지난해 10월 12일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 뒤 박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과거에도 많은 재단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인정하자는 참모들의 제안을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열린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재판에서 공개된 안 전 수석의 수사 대응 방향 문건에는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식의 증거 인멸 방법이 적혀 있기도 했다. 특검은 최근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구치소 감방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박 대통령 측의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 정황에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판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국정농단 정황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5일 열린 재판에서 ‘최 씨의 국정농단 증거는 차고 넘친다’며 전체 증거 중 일부인 7000쪽 분량의 증거를 설명했다. 여기에는 ‘대외비 문건’인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자료, 인사 관련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 최 씨와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 등이 태블릿PC의 증거능력과 증거력에 대해 의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검찰은 태블릿 PC를 개통해 최 씨에게 제공하고 사용요금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태블릿 PC를 실제 최 씨가 사용했다”고 진술한 참고인 진술 조서도 제출했다.
최 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 사이 주고받은 휴대전화 통화 녹음파일도 추가로 공개됐다. 녹음파일에서 최 씨는 박 대통령의 발언 방향과 내용을 일일이 제시하거나 조언했다. 녹취록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대선 개입 사건, 외국인투자촉진법 관련 여야 대치 국면 등에 최 씨가 강하게 지시하고 정 전 비서관이 이를 따르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검은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최 씨를 모른다”고 잡아뗐던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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