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판단은 ‘최후의 심판’인 만큼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말고 오직 헌법 법리(法理)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헌재(憲裁) 밖에서 거세지는 찬·반 외압 모두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헌재 대심판정 내부에서 이념 선동 조짐이 보여 걱정된다. 5일 진행된 제2차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법리보다 사실상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질시키거나, 탄핵 심리 자체를 가급적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날 모두(冒頭) 발언에서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중대한 위헌·위법을 들어 파면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이에 맞서 박 대리인단의 이중환 변호사가 ‘사소한 잘못, 기각’을 변론한 후 보충 발언에 나선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의가 아니다”면서 색깔론 소지까지 비쳤다.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고 한 대목은 그게 과연 헌재 대심판정 발언인가 싶을 정도였다. 탄핵 법정을 이념 프레임으로 각색시켜 선(善)과 악(惡), 이성 대 포퓰리즘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탄핵소추에 관한 의견만 진술하라”고 제지했지만 되레 “신이 헌재를 보호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달라”고 했다. 대리인단 스스로도 듣기 민망했던지 변론 뒤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내용으로, 대리인단 전체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역할 분담에 더해 혹 해명 수위에 이르기까지 사전에 세세히 기획된 것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증인의 잠적 내지 불출석은 심리 지연을 획책하는 초보에 해당한다. 이날 청와대의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잠적하고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들 때문에 헌재가 지난달 22일 정리한 탄핵심판 5대 쟁점 가운데 ‘대통령의 권한 남용’ 부분의 심리가 처음부터 헝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의 ‘기획’에 따른 것이라면 헌법과 헌재 우롱이다. 헌재는 박 대리인단 첫 변론을 반면교사 삼아 법정 지휘를 더 엄중히 하기 바란다. 쟁점을 의도적으로 흐린다든지 그 초점을 피하는 일체의 꼼수를 철저히 경계하면서 ‘촛불’과 ‘몽니’를 모두 넘어 오직 대의(大義)를 좇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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