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철 건국대 교수 식품유통공학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지난 3일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장은 확진 308곳, 검사중이 27곳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의 살처분 가금(家禽)은 641개 농장에서 3033만 마리에 이른다. 그동안 AI 발생에 따른 피해가 가장 컸던 시기는, 2014년 1월에 발생해 2015년 11월에 종식된 기간으로, 모두 669일이 걸렸다. 이때 살처분 규모는 809개 농장의 1937만2000마리에 이르렀다.

AI 바이러스 발병에 따라 계란 값이 올랐고, 닭고기 소비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발표했다. 논의한 내용은, 계란 수급을 위해 계란 및 계란 가공품의 할당관세 적용, 항공운송비 지원, 수입 절차 신속화, 사재기 단속 등으로 알려졌다.

수입과 관련해서는, 계란 및 계란 가공품 할당관 세율 0% 적용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을 서두르고, 수입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축산물 수입 시 필수요건인 수출작업장 등록과 검역·검사·통관 등 수입절차를 처리키로 했다.

산란계 농장의 입장은 보다 구체적이다. 현재 산란계 농장에 적체(積滯)돼 있는 계란의 출하를 시·도 단위로 제한하고, 농가당 1주일 중 하루에 한해 출하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 기간에 해당 농가가 출하하더라도 출하 정체는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출하제한지역을 군(郡)단위로 좁히기를 원하고 있다. 계란 중간상인이 시세차익을 위해 판매량을 조절하고 있고, 곧 다가올 설 명절 특수를 겨냥해 재고를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 한시적이라도 출하 계란에 산란 일자를 표기해 유통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 48개의 계란유통센터를 확대해 투명한 유통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계란과 계란 가공품을 신속하게 수입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 중이다. 문제는 수입 계란의 단가나 국내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이다. 고가의 수입 계란에 대해 최종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판매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수입 계란의 소비자 가격이 이전 국내산 계란 값보다 높게 형성될 경우, 국내산 계란 값도 반사적으로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계란 상인의 견해로는, 계란 특란 1판(30개)의 소비자 가격이 1만 원 이상일 경우 수요는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발병이 안정되고 있다고는 하나, 계란 시장이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사태가 안정된 이후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즉, 안정 이후 3~4개월 후에 종계농장에서의 재입식이 이뤄지고, 부화장에서 종란 생산, 산란계 농장의 초생추(初生雛) 입식, 그리고 입식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전국적으로 원활한 계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발생 이후 계란뿐만 아니라, 다른 축산물 및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을 우려하면서 물가 안정을 거론하고 있다. 계란 가격은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막상 계란 등 축산물 가격 대란(大亂)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크게 체감하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수입량뿐 아니라, 지금 농장이나 유통업체의 창고에 정체돼 재고 관리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계란도 고려하면서 계란 자급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인 가축질병 관리 시스템을 과학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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