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새해 벽두부터 인적 청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분이 ‘이전투구’로 치닫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親朴) 핵심들의 자진 탈당을 압박하고,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인 위원장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내홍이 격해지고 있다.

2017년 현재 새누리당이 처한 상황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창당했던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몰락하던 과정과 유사하다. 그해 2월 김한길 의원이 중심이 돼 23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이 선도 탈당했다. 이들은 그해 5월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당시 김한길 대표는 “오늘의 창당으로 제3지대 대통합의 전진기지를 마련하게 됐다”며 “창당은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새누리당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29일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29명이 집단 탈당해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집권당 탈당파들이 내세운 명분은 ‘개혁’ ‘신당’ ‘대통합’ ‘제3지대’다.

그렇다면 한국 정당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계파 패권주의가 판을 치고, 정당이 정당답지 못하면서 사당화했기 때문이다. 정당이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정당법 제2조) 그런데 애석하게도 한국 정당은 국민 이익보다는 계파 이익을 우선한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전 이사장의 지적처럼, “현재의 한국 정당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모여 있는 조직에 불과하고, 국민을 대표해서 민의를 수렴하고 그걸 정책으로 만들어 나가는 기능은 거의 없기 때문에 국가 경영형 정치가 안 되고 그냥 단순한 권력투쟁의 정치만이 판을 친다”.

국정 운영의 무한책임을 져야 할 집권당은 어떠한가. 당 대표가 할 말은 하지 못하면서 대통령 눈치만 살피고, 대통령은 자신의 친위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집권당을 이용해 국회를 통제하려고 했다. 한마디로 집권당은 줄곧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

최근 새누리당은 비주류의 탈당으로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전체 81석의 지역구 의석 가운데 서울은 단 3석에 그친 반면, 영남권은 41석을 차지했다. 야 4당 숫자가 개헌선인 200석을 넘기면서 새누리당은 쟁점 법안을 저지할 수 없는 ‘식물정당’이 됐다. 그럼에도 친박 청산은 요원하다. 친박이 주도했던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총선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통령 비서 출신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압도적인 다수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탄핵에 반대한 친박이 지원하는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참으로 기이하고 무책임하며 퇴행적이다.

변화를 거부하면 수구가 되고, 책임을 회피하면 꼴통이 된다. ‘친박 철옹성’을 깨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미래는 없다. 이제 수구 친박 핵심은 당을 떠나고, 새누리당은 해체해 정당다운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의 명령이다.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박근혜 대통령도 당적을 정리해야 한다. 단언컨대, 실천 없는 혁신은 기만이고, 성과 없는 변화는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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