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시민단체가 설치한것”
국익관점서 ‘확전자제’ 방침
논란확대땐 트럼프정부 초기
한·미·일관계 꼬여버릴수도
“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우려
무분별 재협상 주장 자제를”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일단 로키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일본의 위안부 여론전에 휘말릴 경우 한·미·일 관계만 더 꼬이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일 간 갈등이 확대될 경우 미국 신행정부의 지지를 유도하기 어렵고 강 대 강 외교전으로 비화하는 것도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틈을 타 도널드 트럼프 측과의 접촉면을 발 빠르게 넓혀가면서 한·일 간 공방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9일 귀국길에 오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9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익의 관점에서 한·일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 철회를 겨냥한 총공세에 ‘확전 자제’로 대응 가닥을 잡았다. 소녀상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므로 정부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기본 입장이었지만, 갈등 현안으로 부상함에 따라 추가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상황이다. 일본이 미국 등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 문제’를 언급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이에 휘말릴 경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초기부터 한·미·일 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당분간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한 물밑대응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일본 대사관 관계자 초치나 주일 한국대사 소환 등의 강경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 측이 (위안부 합의 이행에)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8일 요구한 데 이어 이튿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까지 체코에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에 합의 이행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측에 항의의 뜻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9일 오전 차례로 본국으로 돌아갔다. 일본의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12일 앞두고 미국 신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 구상에 초기부터 개입하려는 의지를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은 이른 시일 내에 아베 총리와 트럼프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현실화될 경우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기간 현 버락 오바마 정부뿐 아니라 트럼프 차기 정부 주요 각료 내정자들과 만나 위안부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한·일 관계가 미측 인사들과의 회동에서 논의될지에 대해 “우리는 재작년 말에 합의된 절차를 그대로 준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일본이 탄핵 정국으로 한국 내 리더십이 흔들리는 점을 역이용해 외교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은 이르면 6월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국이 본격적인 외교·안보 전쟁을 치르기 전 신경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 진보 정부가 들어설 경우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 전면 뒤집기가 예상되며 특히 위안부 합의 재협상론으로 대일 관계에서 또 한차례 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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