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처 獨 뮌헨공과대 교수
데이터뱅크·센서 기술 중요
수요자 중심으로 제품 생산
IT 관련 교육 무엇보다 절실
실업자 사회보장제도 갖춰야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것인가, 재앙이 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결과를 둘러싸고 전문가 사이에는 이견이 존재하지만 “생각보다 크고, 상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는 다들 의견을 같이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파장은 경제, 산업, 사회 전반에 엄청날 것이고, 발 빠르게 대비하지 않으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독일의 인공지능(AI)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석학과 영국의 실리콘밸리로 일컬어지는 ‘테크시티’를 이끈 책임자를 각각 인터뷰했다. 이들은 사라질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을 앞세우기보다 새로 생길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정치적인 성숙함 없이는 변화된 사회가 지탱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면 일자리가 남아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하는데, 그건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의 인공지능(AI) 석학인 클라우스 마인처 뮌헨공과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기자와 만나 “인더스트리 4.0이 진행되면 사람들의 일자리 일부가 없어지겠지만, 인더스트리 4.0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정부의 대표적인 산업 정책이다. 독일 제조업의 강점을 살려 센서·로봇산업·제조공정과 물류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다. 생산기기와 생산품 사이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마인처 교수는 “인더스트리 4.0에서 중요한 기술 두 가지는 데이터뱅크와 센서 기술”이라며 “인터넷 사회는 컴퓨터를 통해 개개인이 교류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지금은 기기가 센서를 통해 기기들끼리 교류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센서를 통해 기기들이 소통하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의 활용 분야는 생산뿐 아니라 소비하고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인처 교수는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모델을 주문하면 생산 라인에서 제품으로 만들어진다”면서 “소비자 기호에 따라 제품이 만들어지는 수요자 중심 생산(On-demand production)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를 생산할 때 주문 내용을 반영해 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더스트리 4.0이 사람들의 일자리 일부를 대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내다봤다. 마인처 교수는 “예전 컨베이어 벨트 도입과 자동화로 일자리가 없어졌던 것처럼 로봇과 소프트웨어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전인 것은 물론이고, 조직에 주는 변화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인처 교수는 그러나 “없어지는 직업도 있겠지만, 예상외로 많은 직업이 나타날 것”이라며 “메카트로닉스(기계와 전자·정보기기를 결합한 기계 장치) 기술자나 로보틱(로봇공학) 분야 개발자 등 새 직업도 생긴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일도 중요한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인처 교수는 새롭게 출현하는 직업은 혁신적인 산업뿐 아니라 전통적인 산업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료를 하나하나 손으로 깎는 금속세공업이나 목재가공업이 물레 같은 기계에 이어 3D 프린터 도입으로 금방 사라질 것으로 봤지만,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인처 교수는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새로 도입되는 기술을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 마련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정치적 접근이 필요한데, 일자리를 잃더라도 어느 정도 살 수 있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갖추고,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인처 교수는 “정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기술 발전에 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뮌헨 = 글·사진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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