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도폐쇄증 등 소아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1형 당뇨, 췌장 선천적 문제
비만으로 인한 2형과 다른데
약으로 낫는줄 알아 스트레스”
“잘 알려지지 않은 담도폐쇄증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없어
병원 갈 때마다 선생님 눈치”
만성·희소난치병 겪는 환아
정서회복 프로그램 마련해야
“담도폐쇄증이 있으면 안에 장기가 눌려 딱딱하게 굳고 커져 있기 때문에 앉아 있는 자체를 힘들어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자리에 앉으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데,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엔 잘 놀다가 아프다고 하니깐 꾀병이라고 생각하시면서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담도 폐쇄증 환아 보호자)
“둘째 아이가 아파서 둘째 아이만 신경 쓰고 관리를 하다 보니 큰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아픈 아이도 중요하지만 아이 주변에 있는 형제·자매·부모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제1형 당뇨병 환아 보호자)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이나 성인 당뇨와 같은 질병들은 인식이 확대돼 있지만 혈우병, 제1형 당뇨병, 파킨슨병, 대사장애, 모야모야병, 담도폐쇄증 등과 같은 만성·희소난치성 질환의 경우에는 질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매우 중요한 아동·청소년 시기에 이런 질환에 걸리면 장기간의 치료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들로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주변의 ‘무배려’로 인해 정신적인 상처를 다시 입는 것이다.
실제 만성·희소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부모들은 ‘자녀 질환에 대한 주변인의 선입견과 편견’을 사회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 환자와 가족에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해 부족’이 환아에게 상처로 = 어린 환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질환에 대한 이해와 관심 부족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1형 소아 당뇨병’과 ‘제2형 소아 당뇨병’의 차이다.
소아청소년기에 발생한 당뇨병을 소아 당뇨병으로 진단하되 두 가지가 구분된다. 이 중 선천적으로 췌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이라 하지만 아직도 비만으로 인해 당뇨병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형 당뇨병을 앓는 한 어린 환자의 어머니는 주변에 이를 설명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아이가 아프고 난 후 ‘아픈 건 괜찮아졌니?’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어요. 몇 번을 설명해도 제2형 당뇨병과 다르다는 걸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요. 당뇨병이라고 하니 약 먹으면 낫는 줄 알고, 계속 얘기를 해도 잘 모르니 가끔은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집니다.”
또 다른 환아 보호자도 “암이나 성인 당뇨 등 기본적인 질병은 인식이 잘 되어 있는데, 소아 당뇨라는 개념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얼마 전에 친한 엄마가 ‘아이가 뚱뚱하지도 않은데…’ 이런 말을 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선천성 희소병인 담도폐쇄증도 마찬가지다. 담도폐쇄증은 담도가 생성되지 않아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정체돼 간에 손상을 주는 질환이다.
담도폐쇄증을 앓고 있는 아이의 보호자는 “아이가 담도폐쇄증이 있다고 해도 외형상으로는 평범해서 그런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프지도 않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다고 생각한다”며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니까 병원에 가려고 학교에 조퇴나 결석처리를 하려고 해도 선생님들이 꼭 지금 가야 하는 거냐며 싫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호자는 “담도폐쇄증이 희소질환이고 아이한테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많은 선생님이 알고는 있지만, 아이가 아픈 애처럼 행동을 안 하니 잘 모른다”며 “설명을 해도 처음엔 ‘아~’하며 이해하는 것 같지만 병에 대한 인식까진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적 치료뿐 아니라 감정 치료도 필요 = 잘 먹고, 잘 크고, 잘 놀아야 할 시기에 식단을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아들은 치료 과정에 대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
환아가 의료적 치료와 관리에 대해 적응하더라도 쌓이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관리 자체를 하지 않는 반항으로 표출되거나 감정 조절이 힘든 상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의료적 치료뿐 아니라 환아들이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감정을 돌봐주는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관리 지원은 환아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가 운영하는 ‘초록 산타 상상학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는 만성질환, 희소질환 등을 겪는 아이들이 미술, 음악, 연극,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 환아들의 형제, 자매와 부모 등도 함께 참여해 가족들도 정서 회복에 도움을 받고 있다.
2013년부터 3년 동안 정규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아 63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자존감’ ‘가족관계’ 영역이 각각 11.8%, 8.6%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 영역은 6.2% 감소했으며, 부모에 대한 스트레스 영역 역시 5.8% 줄어들었다.
노자은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연구위원은 “신체적 어려움뿐 아니라 관계적 측면에서의 부적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성·희소난치성 아동·청소년들에게 정서적 측면을 다양하게 자극하고 사회로의 건강한 적응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관련 지원사업들을 지원하는 등 만성·희소난치성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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