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비(빗자루) 든 실세여!” “이것은 악마가 신는 ‘푸르다’!” “김앵란 법에 의하면 캔커피도 안돼.” “우리 늘품 체조나 한번 합시다.” “연설문 써 줄 사람도 없어.” 지난해 가을부터 슬금슬금 피기 시작한 ‘패러디 꽃’. 이제는 알찬 열매를 맺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연출 손진책)이다. 현실의 모순을 꼬집고, 민중을 위로하는 본분에 충실했을 뿐인데, 적절한(?) 때를 만나 풍자와 해학이 ‘풍년’이 됐다. 익숙한 흥보전을 바탕으로 남녀노소 한바탕 제대로 놀 수 있는 ‘마당’이 열렸다.

배우들끼리 서로 마주 보고 웃고, 어깨와 엉덩이를 ‘툭’ 친다. 관객과 눈이 마주치면 익살스럽게 웃다가, 어느 때는 애처롭게 훌쩍인다. 해오름극장 무대 위를 ‘ㄷ’자 형태로 둘러싼 객석은 배우와의 거리를 1m 이내로 좁힌다. “오늘 오신 손님 반갑소”에 맞춰 배우들이 마당을 열면, 평소 흥이 좀 없는 사람도 어깨가 들썩여진다. 이제는 ‘귀여운’ 수준이 돼 버린 옛 놀보 심술을 대신해 세금 포탈, 편법 증여, 비자금 로비 등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 ‘신 놀보 심술 타령’을 넣은 재치가 돋보인다. 또, 놀보가 탄 박에서 최순실이 등장해 기부금을 독촉하는 중에, 암행어사와 홍길동이 나타나 이를 ‘평정’하는 장면에선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2014년 ‘심청이 온다’로 화려하게 부활한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지난해 ‘춘향이 온다’에 이어 올해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창극단 희극배우 5인방이 총출동하는 것도 관람 포인트. 창극단 막내 유태평양이 흥보로, 재담꾼 서정금(흥보 처)과 찰떡 호흡을 펼치고, 인턴 꼬리표를 뗀 지 얼마 안 된 조유아(놀보 처)가 마당놀이 터줏대감 김학용(놀보)과 함께 재기발랄한 연기를 선보인다. ‘비 든 실세’ 마당쇠는 이광복이 맡았다. 극본은 배삼식, 안무는 국수호, 연희감독은 김성녀. 오는 29일까지. 02-2280-4114

박동미 기자 pd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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