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첼리스트 중 가장 위대한 인물은 누구인가? 음악인들에게 묻는다면 대부분 스페인의 파블로 카살스(1876∼1973)를 꼽는다. 카살스가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천재적 재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힘없는 약자를 도왔고, 부당한 강자에게 저항했다. ‘노동자음악단체’를 결성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연주했고, 스페인의 독재자인 프랑코 정권에 반발, 첼로 연주 무대를 한동안 떠나기도 했다.
카살스의 맥을 잇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린 하렐(73)이 한국을 찾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하렐은 1961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데뷔 무대를 가진 이후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연주자와 지휘자 그리고 교수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6월부터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내 헬렌 나이팅게일(50)과 함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하트비츠(HEARTbeats)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렐은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시즌 첫 정기공연인 ‘린 하렐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이스라엘 출신의 명장 엘리아후 인발(81). 이어서 15일 서울시향과의 실내악 무대에도 올라 슈베르트 현악오중주를 연주한다. 하렐을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음악당 내의 서울시향 예술감독 방에서 만났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에 특히 애정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895년 만들어진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모국 체코에 대한 향수를 로맨틱하면서도 웅장한 스케일로 표현한 곡입니다. 생명의 소중함,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그리고 위대한 희생 등이 표현돼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3악장 피날레는 연인 요세피나의 임종 소식을 접한 후 만든 애절한 진혼곡입니다. 드보르자크는 그런 자신의 메시지를 인간의 목소리를 가장 닮았다는 첼로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50년 동안 연주해온 악기 첼로의 매력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바이올린이나 다른 현악기처럼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높거나 낮은 소리를 못 만들어내요. 사람의 음역과 유사해 사람의 감성을 지닌 악기로 통합니다.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간절한 심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브람스, 엘가, 드보르자크 등의 위대한 작곡가가 첼로 곡을 잇달아 만들어낸 것도 그 같은 악기의 특성 때문입니다.”
―2년 전에는 서울시향과 엘가 첼로협주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휘자 인발의 뜨거운 감성, 서울시향 단원들의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제 연주가 한마디로 ‘불꽃 튀듯’ 타올랐던 연주였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이번 공연이 기대되면서 긴장도 됩니다. ‘파이팅’하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석이나 공석에서 항상 존경하는 연주자로 카살스를 꼽고 있는데요.
“제가 17세 때 처음으로 80대 노음악가인 그분을 만났습니다. 지금도 생생한데 그분에게서 느껴지는 우주적인 에너지에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그 같은 파워와 천재성이 결합해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가 되셨던 거죠. 처음 만나는 날 어려운 자리였는데도 첫인상은 ‘따뜻한 분이다. 친절한 분이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살스와 마찬가지로 자선단체를 결성해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데.
“우연한 기회에 10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하트비츠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재단 설립 후 네팔에서 음악회를 열며 아이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음악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진정한 영혼의 소통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고 ‘우리는 하나’라는 깨달음에도 도달했습니다. 나눔이 내 음악을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려준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제자 양성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서울시향의 첼로 수석 주연선 씨도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은 음악인들에게 들려줄 조언과 충고가 있다면.
“일단 모든 현상과 사태에 대해 마음을 열고 바라봐야 합니다. 음악은 인간의 본성 중 아름답고 감성적인 것 외에 추악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겁니다. 정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 합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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