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문화부 부장

강원 정선의 군언 마을에는 규모가 큰 송어양어장이 있다. 양어장과 횟집을 겸업하는 곳인데 횟집에서 내는 송어 회덮밥의 가격이 놀랍게도 ‘5000원’이다. 플래카드에 큼지막하게 써넣은 가격이 안쓰럽게 느껴졌던 건, 가격을 내린 게 식당주인의 양심이 아니라 혹독한 불경기 탓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파격적인 가격에도 식당 앞은 한산했다.

어디 이곳뿐일까. 요즘 지방 중소도시의 경기는 참혹할 지경이다. 경기 부진에다 어수선한 시국도 단단히 한몫했다. 나름 유명하다는 관광지도 사정은 다를 게 없다. 오후 7시만 넘겨도 중소도시는 문 닫은 식당과 상점들로 금방 캄캄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지역 경기는 소비부진이란 ‘구조적인 덫’에 걸린 것일까.

그러나 이런 수치도 있다. 지난 2016년 한 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이 2200만 명.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25년 앞서고 인구도 두 배 수준인 일본의 내국인 출국자 수보다 500만 명이나 많다. 당초 우리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1600만 명을 넘기면 입·출국자 수가 비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그 뒤부터는 ‘남는 장사’가 될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고 그나마 남은 소비의 여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가계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는 건 어렵지만, 해외 소비를 국내로 전환하는 건 그보다는 쉬운 일이다. 국내에서 돈을 쓸 조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게다가 국내여행이야말로 지역의 차가운 윗목을 단번에 따스하게 데우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닌가.

문제는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2013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공무원 연가보상제 폐지’ 문제가 논의됐다. 공무원의 미(未)소진 휴가의 금전 보상을 중단해 휴가여행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당시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이었던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질타하면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여행 비용 직접 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개인과 회사가 여행비용을 추렴하고 여기에 정부가 지원금을 보태 국내여행을 활성화하자는 방안이다. 연간 500억 원을 투입해 직장인 50만 명에게 혜택을 주면 1조 원 이상의 직간접 경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문체부의 추산이다.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한 제도 도입은 전 세계적 추세다. 1936년부터 국내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체크바캉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정부와 재계가 오는 2월부터 월말 금요일에 오후 3시 퇴근을 장려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도 2010년대 들어 관광정책의 우선순위를 국내관광 활성화 쪽으로 전환했다. 항공사,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에 혜택이 집중되는 외국인 유치 우선의 관광정책을, 지역의 구석구석까지 경기의 온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국내 관광 활성화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건 당위에 가깝다. 문체부의 여행 비용 지원 정책이 이번에도 경제부처의 입김 한 번에 날아갈지 모르지만 말이다.

parking@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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