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실감케 하는 경보음이 연이어 울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보다 18포인트나 급전직하(急轉直下)한 68로 나타났다. BSI 자료가 보존돼 있는 1990년 이후 60대로 떨어진 건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로 불렸던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세 번째다. 전미경제학회가 열린 미국 시카고에서도 경고장이 날아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책 불확실성이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3배나 높아졌다”며 “경제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관적 통계·분석의 주근거는 극심한 ‘경제의 정치화’다. 탄핵 심판에 조기 대선 정국까지 겹치면서 초(超)극대화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기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20일 출범하는 ‘불확실성 뭉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뇌관이다. 이미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전 세계가 벌벌 떨고 있는 터다. 그러니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이 최악으로 치닫는 건 당연지사다. 기업의 절반 이상이 새해 경영 방침을 ‘보수적 기조’라고 답하고, 절반 가량이 채용 규모를 작년 그대로거나 줄이겠다고 답한 대한상의 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과 경제주체의 결연한 의지와 각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잠룡들은 경제에 등 돌린 채 포퓰리즘 정책 쏟아내기에 정신 없고 관료들은 정치권 눈치 보느라 여념이 없다. 유력 대선 주자 줄서기에 나선 관료도 적지 않다. 나라 망가지는 데는 1년이면 족하고, 복구하는 데는 10년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다. 망국의 우(愚)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국민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정치권은 현재의 위기를 직시하고 경제 살리기에도 각별히 신경을 쏟아야 한다. 한국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의 기(氣)를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도 원칙으로 돌아가 규제 개혁과 구조조정에 진력해야 한다. 기업도 지금의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미래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정권은 누가 잡더라도 임기 내내 경제난에 허둥대다 ‘경제를 망친 대통령’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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