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틀기, 단기 전시효과
장기땐 경쟁력 약화 시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을 압박해 해외 투자 대신 미국 내 투자를 하도록 함에 따라 일단 트럼프 시대 개막에 앞서 미국 내 일자리와 투자가 늘어나는 가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트럼프의 압박을 받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연이어 미국 내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먼저 나서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식 ‘기업 팔 비틀기’가 단기적 전시효과를 넘어 장기적 일자리 창출 및 미국 내 투자 상승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미 경제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할 경우 중국 등 외국의 반발로 무역전쟁이 벌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 확대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교도(共同)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트럼프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지을 경우 ‘국경세’를 매기겠다는 압박을 받았던 일본 토요타 자동차는 9일 향후 5년간 미국에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토요타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이날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의 국경세 압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토요타 북미지사장 짐 렌츠는 로이터에 “토요타의 북미 투자전략의 일환”이라며 “멕시코 공장 계획은 2013년부터 시작된 장기계획이고 트럼프와 (멕시코 공장 계획 철회)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은 토요타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전했다.
토요타의 이번 미국 투자는 현재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새로운 북미 거점과 공장을 대폭 개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렌츠는 이번 투자 결정이 어느 정도 고용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는 포드, GM, 캐리어 등 미국 대형 제조업체에 대해 “미국 밖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압박했으며 이에 포드는 지난 3일 16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미시간주에 7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는 8일 성명을 내고 총 10억 달러를 들여 2020년까지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압박을 받기 전 먼저 나서 미국에 투자 계획을 밝힌 경우도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지난달 트럼프를 만나 미국 신생 기업에 50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5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의 국제 경제 담당 기자 피터 굿맨은 최근 한 토론에서 “만약 트럼프가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에 대해 대항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조치에 반발하는 무역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축소할 경우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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