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로 외연 확장을 꾀하지만
핵심 지지층은 50~60대·TK
싱크탱크 출범식 보수 인사만

팽목항 방문예정에 항의 빗발
산토끼·집토끼 다 놓칠 우려


반기문(얼굴) 전 유엔 사무총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중도 진영에 포진해 있는 일부 야권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정통 보수층만 모여들고 있다. 이에 따라 ‘좌클릭’ 행보를 시도하려 하지만, 보수층이 반발하는 등 상황만 꼬여가는 형국이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 “이러다가 산토끼도, 집토끼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 팬클럽인 ‘반딧불이’(회장 김성회)는 10일 오후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민포럼’ 출범식을 연다. 이 자리에선 탈북민인 김재원 통일대학생 동아리연합 회장과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청년 정책과 포용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반디노믹스’(반기문 경제정책)를 포함 정치,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정책을 발표한다.

글로벌 시민포럼 공동대표에는 3명 발제자 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이성규 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이현미 다함께포럼 공동대표,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제자들과 공동대표는 국정교과서 찬성론자와 자유시장경제론자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대부분으로 ‘반기문 신드롬’이 정통 보수층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층들은 50∼60대, TK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4∼5일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반 총장은 60대 이상에서 46.4%의 지지를 얻었으며 보수층에서 44.3%, 중도보수층에서 23.7%의 지지를 얻었다. 중도층에서의 지지는 16.3%에 그쳤다.

반 전 총장의 최근 중도 행보에 대해서도 정통 보수 지지층의 반발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의 한 측근은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을 예정인 것과 관련, “보수층에서 전화를 걸어와 어떻게 팽목항을 먼저 가느냐는 내용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자생조직 좋지만 메시지 혼선
외교그룹·MB 인사·충청의원
서로 적통 내세워 반목·견제

‘반기문 7대 경제공약’ 보도에
경제 총괄 곽승준 “전혀 몰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2일 귀국을 앞두고 국내에서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자생적 조직이 난립해 혼선을 빚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여권은 물론 제3 지대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권력지향형 조직체들이 서로 적통임을 내세우며 자가발전하는 형국이다. 반 전 총장 주위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공식채널을 정립해 메시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10일 반기문 캠프는 이날 조간신문에 보도된 ‘반기문 7대 경제공약’을 놓고 발칵 뒤집혔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월급의 일부를 직접 지원해 초봉 200만 원 이상씩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 등이 공약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통화에서 “이런 내용의 공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곽 전 수석은 “‘따뜻한 시장경제’와 ‘진화된 자본주의’, ‘국제수준에 맞는 제도’가 3대 핵심 키워드”라면서 “민간영역에서 자발적·자생적인 부(富)의 재분배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5.0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을 비롯한 일명 ‘뉴욕팀’도 즉각 이를 부인했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의 ‘포용적 성장’ 등에 대한 내용이 조금도 반영돼 있지 않은, 날조된 내용”이라며 “뉴욕에서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외교관 그룹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 충청권 의원 간 반목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을 캠프 외곽에서 돕는 한 정치권 인사는 “정무감각이 떨어지는 외교관들이 실무를 담당하면서 귀국 후 메시지와 일정을 놓고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외교관 그룹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캠프에 다수 합류한 것과 관련, “실패한 정부의 재탕을 할 셈이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도 “마포캠프가 계속 헛발질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도움 요청도 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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