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ID 없이 개설 가능
익명성 이용해 범죄에 악용돼

음란행위 ‘몸캠’ 대량 유포에
실제 살인미수 사건도 일어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이 ‘모바일 우범지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픈채팅은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ID ‘친구 추가’ 없이 아이돌이나 여행 등 관심 주제에 따라 불특정 다수와 채팅방을 개설, 모르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이용하고 금칙어를 교묘히 피해 가면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10일 오픈채팅 검색창에 ‘가출’을 입력하자 ‘가출 재워주실 분’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이 연이어 검색됐다. 채팅방을 설명하는 관련어로는 용돈, 술, 동거, 만남 등이 버젓이 적혀 있었다. 금칙어인 ‘조건 만남’ 대신 ‘ㅈㄱ’을 검색어로 한 채팅방도 다수 검색됐다. 고등학교 2학년 생 아들을 둔 김희지(여·42) 씨는 “아들이 (스마트폰에) 무슨 앱을 까는지 가끔 확인하는데 카카오톡에 이런 기능이 있을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화상채팅 도중 음란행위를 한 장면을 녹화한 남성 ‘몸캠’이 대량으로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채팅에는 유포된 영상 가운데 배우 등 유명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이름을 관련어로 한 채팅방이 다수 개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음란물유포죄(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지만, 채팅방 이용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단속이나 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만나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9월 출판사 운영자의 머리를 둔기로 가격한 혐의(살인미수)로 안모(23) 씨와 윤모(36)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범행을 저지르기 이틀 전 ‘죽고 싶다’라는 제목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던 윤 씨를 만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약을 주겠다”고 꾀어 평소 앙심을 품었던 출판사 운영자를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개설 및 폐쇄가 손쉬운 채팅의 특성상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며 “범죄와 관련된 채팅방은 즉시 폐쇄하고 방장을 처벌하는 등 법률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조건만남 채팅방에 대한 처벌은 외국 사례를 참고해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