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 운수법시행령 실효성 논란

시간 맞추려 속도제한장치 개조
휴식땐 심야 고속道 할인 못받아
수입 메꾸려고 주간 택배 알바도
“운송료 인상이 현실적 대안” 주장


지난 6일부터 화물차 운전자가 4시간 연속 운전을 하면 최소 30분간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하도록 한 개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이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하다가는 제시간에 운송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의무 휴식은 ‘배부른 소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5종 추돌사고를 비롯해 졸음운전 등에 따른 화물차 사고가 잇따르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운수 종사자는 6일부터 천재지변 등의 사정을 제외하고 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전하면 의무적으로 최소 30분의 휴식 시간(15분 단위 분할 가능)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반한 운송사업자는 1차 적발 때 사업 일부 정지 10일 또는 과징금 60만∼180만 원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두 번째 적발되면 사업 정지 기간이 20일로, 세 번째는 30일로 늘어난다. 2∼3차 적발 때도 과징금은 같다.

그러나 화물차 기사들은 새 제도가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이미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부화물터미널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자 손모(50) 씨는 “제때에 물건을 못 넘겨 물건이 상하면 내가 물어내야 하는데, 의무 휴식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화물차 운송료가 떨어지면서 벌이를 메꾸기 위해 지방에서 주간 택배 운송 아르바이트인 속칭 ‘시내바리’도 하고 있다”며 “의무 휴식보다 운송료를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되는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졸음운전으로 손가락을 다쳐 한 달 동안 운전을 쉰 적이 있다는 김모(50) 씨는 “운송 물량이 줄어드는 달은 월수입이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며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놔야 해서 의무 휴식은 배부른 소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화물차 기사 박모(48) 씨는 “의무 휴식 때문에 속도 제한 장치를 개조하는 동료도 많다”고 털어놨다. 의무 휴식을 지키면서 운송 시간도 맞추기는 어려우므로, 속도 제한 장치를 불법으로 해체하고 과속을 하게 된다는 것. 경남 김해시에서 공산품을 실은 뒤 대개 자정쯤 서울로 출발한다는 박 씨는 “김해에서 서울까지 최소 5시간 30분에서 6시간은 걸리는데, 중간에 휴식하면 심야 통행료 할인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훈·김수민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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