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고 있는 강원 동해시 절집 감추사의 기도처.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침묵기도는 좋은 명상이다. 생각을 잠깐 멈추고 명상을 자주 하면 근육이 단련되듯 명상의 집중과 깊이도 좋아진다.  박경일 기자 parking@
바다를 품고 있는 강원 동해시 절집 감추사의 기도처.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침묵기도는 좋은 명상이다. 생각을 잠깐 멈추고 명상을 자주 하면 근육이 단련되듯 명상의 집중과 깊이도 좋아진다. 박경일 기자 parking@

(13) 잠깐 멈추세요 <끝>

윤종모 성공회 주교의 치유명상이 마무리를 하게 됐다. 그동안 명상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자세, 집중, 호흡, 영성, 다양한 실습법에 관해 들어보았다. 윤 주교는 “명상은 마음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는 것이며, 깊이 생각하는 것이며, 마음을 비우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아 가는 것이며, 치유를 경험하고, 마침내는 신의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라고 명상을 정의했다. 그동안 연재 과정에서 독자들이 문의해온 내용을 중심으로 마무리 인터뷰를 했다.

―‘마음 집중’이 쉽지 않다는 독자들 문의가 많았습니다.

“마음을 집중하는 게 명상에서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마음이라는 게 워낙 정신없이 뛰어다니니까, 인도에선 마음이 원숭이 같다고 했지요. 미국목회상담협회 설립자인 하워드 클라인벨은 ‘침묵이 명확하고 흐트러짐 없는 마음의 공간을 만든다. 그것이 마음의 쉼과 상대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우선 의식을 침묵하게 해서 집중하려 하다 보면 고요한 내면의 맛을 느끼고 거기에 참평화가 있음을 즐기게 되는데, 그게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훈련으로 지(止)와 관(觀)을 얘기했는데요.

“대개 명상법은 비슷합니다. 그 하나는 침묵하다가 마음이 딴 데로 가면 ‘내 마음이 떠돌고 있네?’하고 금방 알아채고, 즉시 호흡이나 촛불 등 집중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방법(止)입니다. 명상의 고수라 해도 처음에 마음이 떠도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왜 집중이 안 될까 하고 자책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다음은 명상을 하다가 헤어진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각난다든지, 손해를 끼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일어난다면 호흡으로 돌아올 필요 없이 ‘왜 그랬지?’하고 생각을 붙잡고 들여다보는 방법(觀)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왜 어떤 기억에 붙잡혀 있는지, 왜 화가 났는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나의 신경회로에서 자동적으로 분노로 작동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강한 스트레스나 분노에 휩쓸리면 가만히 있기도 어렵습니다.

“삶의 여정 자체가 영성의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만나는 어떤 사람이건, 어떤 사건이건 의미를 갖고 바라보면 영성의 차원을 높이는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얘기를 해보면, 손주가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면 저도 모르게 손주 엉덩이에 손을 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가르쳐왔기 때문에 당황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서울에 살다가 경상도에 내려가 낯선 환경에서 누가 나를 공격한다든지, 큰소리를 지르면 생겨난 트라우마가 순간적으로 작동한 것입니다. 아직 그 트라우마가 나의 뇌의 회로에 남아 있구나하고 돌아보지요. 그다음에 손주가 같은 행동을 해도 폭력성이 나오진 않습니다. 물론 최근의 강한 스트레스로 명상이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미리 아는 게 중요합니다. 이렇게 익숙해지면 꼭 지(止)나 관(觀)에 얽매이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언제 익숙해지나, 나는 왜 빨리 안 되지 하는 조급함도 생깁니다.

“스토아철학에서 어떤 것에 몰입하려면 재미와 감동, 유익함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억지로 말고 즐기며 한번 두번 하다 보면 수월해집니다. 항상 진지하게 잘돼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세요.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지요. 저도 명상의 맛을 느낀 것은 40대 중반 이후입니다. 젊어서부터 명상을 좋아해 기웃기웃한 이후로 20년이 지나 즐길 수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쩌다 한두 번 해보고 명상의 맛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명상의 대가들도 어려움과 좌절을 다 겪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특히 바르게 명상한, 바른 영성을 가진 명상 지도자의 가르침을 받는 게 더없이 중요합니다.”

―명상에서 올바른 식견(識見)을 자주 강조했는데요.

“명상을 하면 자동으로 치유와 행복,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올바른 식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식견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입체적이고 전인적인, 생명지향적인 사고를 말합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좌뇌(左腦)로만 생각해서 옳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행을 꽤 했다고 하는 사람 중에 독단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명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생각은 다 해체하고 처음부터 다시 형성하겠다는 열린 자세도 필요합니다. 이것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현자의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명상을 내걸고 사회에 폐해를 끼치는 단체들이 의외로 적지 않습니다. 깨달음을 얻었다며 마치 성인이나 교주처럼 행세한다든지, 지나치게 돈을 요구한다든지, 성적인 것을 탐한다든지 하는 단체는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일상에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아 명상을 위해 마음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구 심리학자들도 ‘1분명상’을 추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잠들기 전에,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피곤하더라도 단 1분이나 5분이라도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호흡이나 코끝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면 피로도 풀리고 마음이 단순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짧은 시간이라도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종교를 가졌다면 침묵기도가 곧 명상입니다. 무얼 담느냐가 다를 뿐 종교의 기도라는 그릇은 다 같습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사랑과 봉사,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보십시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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