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일본의 보험회사인 후쿠오카(福岡)상호생명보험은 34명의 지급금 산정 직원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IBM의 인공지능(AI) 왓슨(Watson)으로 대체했다. 2억엔 짜리 AI로 연간 1억4000만 엔이 절약되고 생산성이 약 30% 올라갈 것으로 회사는 예상했다. 경영자 관점에서 누구라도 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AI의 기술 개발과 경제적 효과를 넘어 윤리적 방안을 준비 중이다. 유럽 의회가 AI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규정하고 사람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나선 것은 상징적이다. 미국은 백악관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나서 ‘AI 시대의 빈곤대책’이라는 역설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은 일자리 문제가 주요 이슈지만 ‘딥러닝’의 개발로 급속한 도약을 하게 된 AI는 그 적용 분야에 한계가 없어 윤리적 대상의 범위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 AI의 ‘두 얼굴’은 바로 현실의 팽팽한 논란을 그대로 비춘다. 영화 ‘그녀’(2013)는 AI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한 남자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그린다. 이는 AI에 대한 우호적인 접근이다. ‘AI 영화’의 문을 열어젖힌 ‘터미네이터’(1984)나 ‘트랜센던스’(2014)는 AI 로봇이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는 어두운 미래를 그린다. AI가 인식, 자각 능력을 갖추게 된 소위 ‘특이점(singularity)’을 지난 미래이다.

과학자나 윤리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역시 AI와 전쟁무기의 결합이다. 세계적 AI 권위자인 스튜어트 러셀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지난해 5월 ‘로봇공학 : 인공지능의 윤리’라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해 ‘킬러 로봇’으로 불리는 ‘자율살상무기(LAWs)’의 위험성을 처음 제기했다. 유엔의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도 이를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스티븐 호킹이나 빌 게이츠는 AI의 발전이 가져올 위험성을 ‘인류 안보’ 차원에서 지구온난화나 핵무기 문제와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인본적 가치’를 앞세운 주장은 아직 선언적일 뿐, 세계는 실용성에 더 눈을 돌리고 윤리보다는 이용에 따른 구체적 법규와 정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예컨대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냈을 때 배상 책임과 처벌, AI에 의한 질병의 검진과 로봇수술의 허용 여부, AI에 의한 주식 거래의 한계, AI에 의한 재판의 가능성 등이다.

이런 실용적 분야도 AI를 도덕적 행위자나 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 AI가 재산적 손해나 신체적 위해를 입혔을 경우 형사적 처벌을 받는 대상은 누구인지 등 과거의 법적 틀로는 다룰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여전히 논쟁 중이다. 법률적 시각에서 AI가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 행위에 대한 권리·의무의 귀속자가 윤리·도덕적 책임을 지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발전 속도로 볼 때 수많은 AI가 활용되고 ‘특이점’을 지닌 ‘초(Super) AI’가 등장해 영화처럼 인간과 AI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간단치 않다. AI의 윤리적·철학적 논의는 실용적 차원을 위해서도 그 근거와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AI가 인간보다 더 현명해진다면, 그리스도의 구원을 인간에게만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신학자가 서구에선 나오고 있다. 올바른 신앙과 영성에 대해 AI로부터 배워야 할 시대가 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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