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은 연말이면 소속사와 계약 협상을 위해 ‘밀당’을 합니다. ‘스토브리그’만이 갖는 현상입니다.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박인비, 전인지, 박성현의 소속사와의 계약은 지난 연말 종료됐습니다. 박인비는 부상 중에도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해 여자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전인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데뷔 첫해 메이저대회 우승과 신인상,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LPGA 역사상 40년 만에 최고의 신인선수라는 칭호까지 받았습니다.

올부터 LPGA투어 진출을 위해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간 박성현은 지난해 국내에서 7승을 거두며 독주했습니다.

예년 같았으면 새해부터 연봉이 오르거나, 다른 기업들의 ‘러브콜’로 바빴을 텐데….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후원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해가 바뀐 지 2주가량 흘렀지만 들려오지 않습니다.

한동안 식을 줄 몰랐던 여자골프계에 이처럼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박인비는 KB금융그룹과 재계약에는 원칙 합의를 봤지만, 대우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 중입니다. KB금융그룹 측은 박인비의 공로를 인정하지만 사회 분위기상 선수 요구대로 무작정 올려주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전인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꺼번에 많은 연봉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방향을 틀어 고진영과 ‘대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넵스는 3년간 박성현을 지원했지만 일찌감치 다른 기업과 계약을 하도록 발을 뺀 상태입니다.

‘빅3’의 계약 불발 이유를 두고 사람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로 기업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을 첫손에 꼽습니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있습니다. 달라진 상황만큼 선수들도 자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매니지먼트사가 선수 대신 나서다 보니 자연스레 몸값에 거품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A기업의 마케팅 임원은 “선수 측이 정한 기준대로만 볼 수는 없고, 현재 시장(상황)도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선수 측 자세를 문제 삼았습니다.

박성현은 최근 이런저런 행사에 나타나면서 예전 후원사 모자를 쓰고 다녔습니다. 어려웠을 때 도와준 후원사의 모자를 ‘부적’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박성현의 이런 행동은 여러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욕심 수위를 낮춘 것인지, 키워준 데 대한 의리인지는 박성현만이 알겠지요. 박성현은 최근 높은 계약금 대신, 인센티브에 더 비중을 둔 계약을 하고 싶어 합니다. 더 노력해서 받을 만큼 받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ms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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