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실업자가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용절벽’ ‘고용빙하기’ ‘고용 크레바스’다. ‘일자리 혹한기’에 본격 진입했음을 알리는 적신호다. 사계(四季)야 순환하지만, 추락한 경제는 회복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고통이 소요되니 언제 해빙기에 진입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암담할 뿐이다. 정부조차 예상을 깬 고용지표에 허둥지둥 다급함만 내비치고 있다.
전망을 보면 앞으로 취업자 증가속도가 완만하게나마 상승할 가능성은 없다. 곤두박질치던 수출이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여러 암초로 인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장기성장에 대한 기대감마저 떨어져 있으니 제조업 분야에서도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없다. 자영업은 포화 상태여서 “장사나 하지”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50∼60대도 일자리를 찾느라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돌이켜보니 대규모 고용을 견인해 왔던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쇠락은 고용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전조(前兆)였다. 타이밍을 어쩜 그렇게 못 맞추는지, 대의명분을 떠나 전격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도 내수 위축과 서민층 일자리를 억압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렇듯 고용은 침체하고 만만히 봤던 물가는 고삐 풀린 듯 치솟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외풍에 휘둘리며 외치(外治)도 실종이다. 경제활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사정이 이런데 탄핵 정국 속에 공직, 공공분야 전반은 대선 후의 일정에 따른 직위 변동요인을 셈하느라 분주할 뿐이다.
절망은 더 큰 데서 목격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다. 위중한 상황을 고려하면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구조에 대한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원인 분석과 대안, 회생에 대한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정치와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좌표를 설정하는 게 급선무일 터다. 하지만 최근 나온 대선주자 진영의 경제정책을 보노라면 임박한 5∼6월 조기대선에만 홀려 있음이 역력하다. ‘메스’와 ‘포퓰리즘’ ‘이상주의’만 난무하고 있다. 재벌개혁, 불평등해소, 복지·분배, 사회통합, 남북문제 등 온갖 난제들도 경제회복이란 전제 없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국민이 불운한지, ‘경제 대통령’이 필요한 시기에 경제 마인드로 무장하고 제대로 공부한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끼니를 걸러야 했던 대공황 시기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대식가였지만 토마토소스를 뿌린 삶은 달걀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구조와 관행을 쇄신했다. 로널드 레이건은 ‘레이거노믹스’로 호황을 일궈내며 미국인의 자존심을 되살렸다. 세종은 백성의 4분의 1로부터 여론조사를 하는 혁신적인 사고와 17년간에 걸쳐 신하들과 치열한 토론과 논의를 한 끝에 최고의 세법인 공법(貢法·토지 세금제도)을 만들었다. 이런 반열에 들진 못하더라도, 일자리 하나 더 늘리는 데 신경을 쓰는 제19대 대통령, 볼 수 없을까.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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