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스님은 지구라는 별에 와서 삶의 자국은 가장 적게 남겼지만 향기는 가장 널리 퍼지게 한 분입니다.”
수행과 행적에서 한국 현대불교의 상징인 성철(性徹·1912∼1993) 스님의 삶을 정리한 ‘성철 평전’(모과나무)을 펴낸 김택근(62·사진) 작가는 “돈과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린 데 대해 국민이 ‘새 나라 새 질서’를 갈망하는 엄중한 시기에 성철 스님의 삶과 사상이 새로운 기운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평전을 쓴 이유를 말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김대중 평전’을 쓰기도 한 김 작가는 12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기운이란 자신을 바로 보고 참회하며 남을 위해 기도하는 맑은 기운”이라며 “성철 스님이 우리에게 남긴 핵심적인 가르침도 이와 같다”고 말했다.성철 스님의 법문집이나 스님을 회고한 책은 있었으나 본격 평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철 스님의 상좌 원택 스님이 감수했다. 이 평전은 특히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개념인 불교도들이 돈을 모으는 ‘설판(設辦)’을 통해 발간됐다.
김 작가는 평전 집필을 위해 5년 동안 천제굴, 은봉암 등 성철 스님의 자취를 찾아다녔고, 100권에 달하는 참고 문헌을 탐독했다. 그는 “스님이 토굴생활을 했던 천제굴은 지금은 흔적도 없이 주춧돌 몇 개만 남은 상황”이라며, “평전을 쓰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도 정진 등으로 스님의 행적이 기록되지 않아 끊긴 부분을 복원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성철 스님은 평생을 생식하고 소식하며 옷가지 두벌로 사셨다. 남보다 자신의 허물을 탓했고, 죽비를 들어 종단 밖이 아닌 내부를 향해 내리쳤다. 스님이 입적한 지 24년이 지났지만 그런 향기가 어느 때보다 그립다”고 덧붙였다. 감수를 맡은 원택 스님은 “그동안 나온 책들이 스님의 이야기를 절집 안으로만 국한했다면 이번 평전에는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불교의 역사, 스님의 삶이 역동적으로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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