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년 영국 침공에 실패를 거듭하던 나폴레옹은 세계 제2의 해군력을 보유한 덴마크함대를 손에 넣기 위해 덴마크를 압박하고 있었다. 이를 묵과할 수 없었던 영국은 자국 함대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외곽에 포진시키며, 영국과 동맹을 맺거나 함대를 영국에 인도할 것을 요구했다. 덴마크 지도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영국은 코펜하겐을 폭격하고 덴마크의 전함 76척을 영국으로 끌고 가면서 북해와 발트해의 해양저지선을 확보한다. 중립국의 입장이었던 덴마크는 그저 영국과 프랑스라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소국으로, 자발적 적대(敵對)의식 없이 강대국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희생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역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인 약소국이 늘 어려운 상황을 겪어 왔음을 보여준다. 오늘의 대한민국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은 형국이다. 북한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 배치가 몰고 온 한·중 간의 갈등,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갈등, 보호주의의 거대한 해일이 일지도 모르는 한·미 간의 통상 현안. 대한민국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삼각파도와,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북한의 위협이 다발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가 취할 입장을 두고 머뭇거릴 수 없는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공격을 막아야 하는 국가 안위의 본질적 문제나, 한·일 관계의 걸림돌 중 하나인 위안부 문제는 둘 다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다. 균형잡힌 시각에서 보자면 최근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像)이 일본을 거북하게 할 수 있음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위안부로 끌려가서 겪었던 잊을 수 없는 수모와 고통을 가진 할머니들의 한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위안부 합의를 채택했던 사람도 똑같은 감정이었겠지만 미래를 위해 합의를 해야 했던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한·일 간의 사정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된 무기적(無機的) 결합 관계를 띠고 있다는 데 있다. 위안부 합의 당시 아베는 총리 자격으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마음으로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언급했다. 이 말만 있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합의에 포함된 배상금이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이 사죄와 반성을 언급한 것은 한 차례였지만, 배상금은 되풀이해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날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다녀온 것이나,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한 이후 각료들이 신사를 참배하는 모습은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그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처사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사과해라 진정성을 보여라 하는 입장에 멈춰 서서,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설정하지 못하고 있을 것인가. 한·일 양국이 상대를 배려하고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가해국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우리 지도자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바로 직전 세대의 고통은 길지 않은 세월이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면서, 그 훨씬 이전의 세대가 겪었던 참상은 사죄와 배상을 충분히 받았기 때문에 잊고 있는 것인가.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읽고, 힘찬 미래를 열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올바른 판단과 노력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현명한 지도자,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는 지도자감이 많은 나라이기에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한 결정과 정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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