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출범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아시아 전략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 9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재확인했다. 뒤이어 10일 미국평화연구소 연설에서 ‘힘을 통한 평화’와 ‘동맹의 힘’을 강조했다. 북핵(北核) 방어 시스템을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 체제에서 나오는 압도적 군사력을 통해 아시아의 질서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란, 북한과 같은 적들이 국제 규범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그들은 세계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하여 북한을 위험한 적(敵)으로 규정했다. 이란을 북한과 함께 묶어서 비판한 것은 이란 핵 합의와 같은 ‘미봉적’ 합의를 북한에 적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는 북한과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관을 제재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실행 가능성과 관련, “만약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이 중국의 결의 준수를 유도하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대북 제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 초점 역시 중국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국이 역내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를 인정하지 않고 일탈 행위를 지속할 경우 통상, 남중국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급소를 건드릴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틸러슨 후보자는 지난 11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인공섬 건설은 영토분쟁 지역에서 국제 규범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12일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내가 아는 한 향후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이 여전히 굳건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외교 안보 사안을 놓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적전(敵前) 분열의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사드를 배치하기로 미국과 합의한 이상 중국에 대한 설득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추진하면 된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사드 배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에 반대하는 신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으로부터 ‘후폭풍’을 각오하고 사드 배치를 취소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중국의 경제 보복은 피할 수 있겠지만 향후 안보 관련 중대 결정을 할 때마다 중국의 눈치를 보며 주권을 스스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2차 제재’를 실행에 옮기도록 우리의 정보 역량으로 찾아낸 제3국 기업의 북한과의 불법 거래 사례를 미국에 제시하면서 긴밀한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 미국의 2차 제재가 시행될 경우 우리는 대북 제재의 효과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들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해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제재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로서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포함해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듯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국 정치사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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