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화방’ 들어와 감시
일부 대학서 ‘프락치’ 논란

20분내 페이스북 친구신청
존경심 담은 메시지 요구도

“서열·권력문화 구태 벗어야”


대학교 신입생 모집이 진행되는 가운데 벌써 선배들의 ‘갑질’과 ‘군기 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거보다 직접적인 폭행이나 폭언은 줄었지만,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SNS를 이용해 군기를 잡으려는 일부 대학생들 때문에 신입생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재학생이 신입생으로 가장, 신입생 단체 카카오톡방(단톡방)에 들어와 대화를 감시해 논란이 됐다. 신입생들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한 뒤 단시간 내에 수락을 강요하고, ‘선배가 메시지를 보내면 존경심을 담아 10줄 이상 답장을 보내라’는 규칙까지 만들고 있다.

최근 수도권 A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는 ‘17학번 수시 합격생’이라는 학생이 “우리 학부 수시 단톡방에 일명 ‘프락치’ 선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글이 올라 있다. 이 글은 “아무런 정보와 도움을 주지 않는 프락치 선배들에 대한 후배들의 불쾌감이 심하다”며 “단톡방을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B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도 “신입생 단톡방에 ‘엑스맨·프락치 선배’들이 들어와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무엇을 위해 들어와 있는 건지 알고 싶다”는 글이 게재됐다. C대에 수시 합격한 이모(19) 씨는 “신입생 환영회에 부푼 마음으로 가서 친구를 사귀었는데, 일주일 뒤 그 친구가 ‘스파이 선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는 “동기들 분위기나 선배들을 만난 소감을 그 친구에게 서슴없이 다 말했는데, 알고 보니 선배라서 당황스러웠다”며 “입학도 하기 전부터 동기들끼리 서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D대의 커뮤니티에는 재학생들끼리 신입생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신입생 프락치 매뉴얼’까지 올라와 있었다. 신입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프락치 역할을 하는 사람의 나이는 3수생 이하여야 한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본인 사진을 사용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E대에서는 재학생이 신입생에게 페이스북 신청을 한 뒤 20분 안에 수락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친구 수락을 할 때 재학생들에게 10줄 이상의 합격 소감과 앞으로의 다짐, 존경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도록 해 논란이 됐다. F대 신입생은 “선배들에게 인사 메시지를 보내려면 우선 전화번호를 얻어야 하는데, 번호를 받으려면 선배 앞에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재롱을 떨어야 한다”며 “100여 명의 선배에게 전송해야 하기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만 5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16일 “우리나라의 서열·권력 문화가 대학가에도 남아 있는 것으로, 선배가 후배보다 힘이 있다는 우월의식에 기반을 둔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성인인 대학생이라면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 올바른 대학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효목·김현아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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