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가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뇌물죄입증 불가피측면 불구 기업들 ‘피해자’ 논리도 있어 특검 “재벌개혁” 여론에 강공
‘받은 사람 조사도 안했는데 준 사람부터 처벌’도 논란 수사 본말전도 경계 목소리
“시시비비는 법정서 가리고 경영활동은 할수있게 해야 강제기부 관행도 없어져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의 초점이 기업 수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권력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엉뚱한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준조세 성격의 ‘기업 강제 기부 관행’을 먼저 혁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특검이 주어진 활동 기간 90일(준비 기간 20일 포함) 가운데 47일을 기업 수사에만 사실상 사용했다. 박 대통령 등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기업인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최순실 특검이 아닌 기업 특검’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업수사에 경도돼 있다는 의미다. 재계 안팎에서 “특검 수사는 국정을 농단하고 이권을 챙긴 범죄자를 처단하는 게 주목적인데, 기업 수사로 편중돼 권력의 피해자인 기업들을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만들고 있다”는 항변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삼성은 특검 출범 때부터 집중 타깃이었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한 연결 고리라는 측면도 있으나, 촛불집회 등을 통해 나타난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 수사의 동력을 얻고자 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실제 최우선 수사 대상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마치 특검 수사의 성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신 구속’에 있는 것처럼 비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은 “뇌물죄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하지만, 삼성 측은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판 중심주의’에 따라 인식 구속을 최소화하고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정욱 변호사는 “사법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도주 우려가 없는 이상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특검이 ‘대가성’의 고리로 삼고 있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은 합리적 정책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여론도 적지 않다.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위협 공세에 국민연금이 ‘백기사’ 역할을 한 것은 국민경제적 시각에서 ‘국익 우선’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사실상 준조세나 다름없는 기업 강제기부 관행(일명 삥뜯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명분을 붙여 기업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전두환 정부의 일해재단 사건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북사업 역시 기업에 강제 기부를 요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준조세나 기부 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막강한 사정기관을 움직이는 정치권력이 기부하라고 윽박지르는데 누가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