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들 반도체 공격적 투자
삼성 M&A 추진은 중단 상태


해외 경쟁사들이 공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사이,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라는 ‘외풍’에 글로벌 경영의 기치가 크게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삼성그룹의 답답한 처지는 경영의 핵심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지난 12일 700억 달러를 투자해 청두(成都) 등 3곳에 반도체 라인을 설립한다는 중국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의 발표에 지각 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2위 기업과 2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있으나 중국이 이 같은 기세로 ‘반도체 굴기’에 나서면 조만간 1년 내로 이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연간 반도체 수입 규모가 23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은 10년간 1조 위안(약 18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삼성의 불행이 중국으로선 더없이 좋은 투자 적기로 여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 인수 등 삼성그룹이 추진해 온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하만 일부 주주가 지난 3일 합병에 반대하면서 자사 이사진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을 때 평상시 삼성이라면 주주 설득에 나섰겠지만, 지금은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매년 1조 원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되던 삼성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도 결정권자 부재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트럼프 신정부와 새로운 관계 맺기도 중단됐다.

향후 정치 게이트 연루 기업으로 낙인 찍힌 삼성그룹이 해외자본의 재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 지분 0.8%를 보유한 네덜란드 연기금(APG)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해결책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그룹 측은 이를 빌미로 ‘제2의 엘리엇’이 등장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11조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하는 등 주주친화 정책에 쏟은 삼성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