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집무실 광화문시대 공약
경호문제로 실현가능성은 의문
개인·가계로 경제패러다임 전환
청년 실업·비정규직 해소 강조
재벌개혁따른 경제위축 우려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지 등
국가 권력기관 개혁의지 강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쏟아내고 있는 각종 정책과 공약들은 그야말로 논쟁적이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부터 4대 재벌 중심의 강력한 재벌 개혁,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지 등 어느 것 하나 무난하게 집행될 것처럼 보이는 게 없다. 국가정보원의 국내정보 기능 폐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부의 차기 정부로의 이월 등 외교·안보 분야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자신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고 자부하는 것과 달리 공약·정책 검증 과정에서 ‘가장 논쟁적인 후보’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 = 문 전 대표가 꼽는 대표 정책·공약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다. 흔히 구중궁궐이라고 욕을 먹는 폐쇄적 청와대에서 탈피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 밖으로 옮기고, 대통령 경호실도 폐지해 경호 기능을 경찰청 산하에 신설할 대통령경호국으로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24시간 일과도 공개하고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해 밀실·정실 인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도 약속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초 대표 정책·공약을 일자리 대책으로 설정하고 있었는데 최근 바뀌었다”고 전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정책·공약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은 그 의도와 별개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한 수준의 경호가 필요한 대통령의 특수성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대통령경호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기존 경호 시스템을 흔들 경우 오히려 국민 실생활에 더 큰 불편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론과 일자리 정책 = 문 전 대표는 ‘최근 읽고 있는 책’을 묻는 질문에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부제: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와 같은 경제서와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서적”이라고 답했다. 애당초 정책·공약 1호를 일자리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측근들의 전언이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내세운 성장론은 ‘국민성장’이다. 성장의 열매가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배분되는 성장을 의미한다. 문 전 대표는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을 국가나 기업에서 개인과 가계로 바꿔야 한다”며 ‘재벌 중심 경제 타파’와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해소’를 강조한다. 그 맥락에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서면투표 의무화,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도입, 다중대표소송 등을 통해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재벌 총수 등의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대신 연간 16조4000억 원에 달하는 준조세를 폐지해 기업 부담을 줄이고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강도 재벌개혁으로 인한 경제 위축 우려, 막대한 일자리 재원 마련 등은 문 전 대표가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로 지적된다.
◇권력기관 개혁, 외교·안보 정책 =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문 전 대표의 개혁 의지는 강하다. 검찰 기소독점주의 폐지,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및 해외안보정보원으로의 개편 등이 권력기관 개혁의 요체다.
사드 배치 여부를 차기 정부로 넘기고 전작권 전환도 서두르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은 미국 의존적 안보 정책에서 한 발짝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실질적인 전쟁 위협에 이르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 전체가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축을 흔드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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