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짜 뉴스(fake news)’가 한국 대선 판에도 영향을 미칠 태세다. 가짜 뉴스는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는 탓에 제대로 걸러내기가 어려워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대선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에 따라 조기에 열릴 가능성이 큰 만큼 자칫 대선 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 이미 지난 미국 대선이 이를 입증한 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의 대통령 선거 도전은 유엔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는 뉴스를 인용해 반 전 총장의 출마를 비판했지만, 이 뉴스는 ‘가짜 뉴스’임이 밝혀져 정정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출처는 유럽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한 인터넷신문이 보도한 것인데 페이스북 등 SNS를 타고 급속히 전파됐고 반 전 총장을 반대하는 측에서 퍼 날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변호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북한의 ‘노동신문’을 인용해 ‘김정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고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도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 북한의 노동신문 1면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 것을 뉴스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들었습네다’라는 표현은 개그맨들이 쓰는 말이지 북한에서 쓰는 말이 아니고 적화통일도 우리가 쓰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는 헌재에서 가짜 뉴스를 근거로 변론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밖에도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 등의 제목에 영국과 일본의 학자 이름까지 거명하는 기사가 나왔지만 모두 가공의 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뉴스가 페이스북에 등장했고 무려 96만 건이 공유됐다. 미국 선거일(2016년 11월 8일) 전 3개월간 인터넷상에 공유된 가짜 뉴스는 870만 건이고 이는 진짜 뉴스 공유횟수인 736만 건보다 많았다. 가짜 뉴스는 트럼프 지지층의 연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만 1700만 명에 달하는 만큼 가짜 뉴스의 공유는 빛의 속도와 맞먹는다. 출처를 찾아내는 당국이나 포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는 무조건 옳고 상대방은 나쁘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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