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입시 불특정 다수에 문의
직접 사주·타로 배우는 경우도
전문가 “자신만의 가치 높여야”


“네티즌 여러분, 제가 어느 회사에 지원하면 좋을까요?”

고용불안 속에 자신감을 잃은 청년 세대가 대입, 취업, 연애, 이직 등 인생의 중요한 결정까지도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맡기는 ‘결정장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청년들은 아예 사주나 타로를 배워 점(占)에 기대는 상황이다.

17일 한 유명 취업 커뮤니티에는 “오늘 면접을 어디로 보러 가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와 있다. 작성자는 아무도 답을 해 주지 않자 재차 글을 올려 답변을 재촉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지원할 회사를 골라달라”든지 “이력서를 넣을지 말지 봐달라”는 등의 글도 게시돼 있었다. 수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B 커뮤니티와 C 카페의 사정도 비슷했다. “어느 대학에 원서를 넣어야 하느냐” “재수생인데 어느 탐구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대신 골라 달라” 등 자기 힘으로 선택하지 못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그냥 따르겠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냉철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게 아니라, 사주나 타로를 배워 점을 쳐보는 이들도 생겨났다. 최근 명리학 서적을 구매한 대학원생 박모(여·28) 씨는 “취업에 계속 실패해 불안한데 매번 점집에 갈 수는 없으니 직접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이 필요할 때마다 사주 앱으로 점을 본다는 회사원 조모(30) 씨는 “연애나 이직과 같은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사주 앱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회사원 김모(여·27)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묻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아예 타로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고용불안으로 자존감이 하락한 청년들이 취업이나 대학 입학과 같은 중요한 순간에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오히려 지인도 아닌 불특정 다수의 선택을 신뢰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취업난 등이 심각한 만큼 작은 실패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이 결정장애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2000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용불안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청년들이 타인이나 점과 같은 외부요소에 의존하는 현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고, 청년들은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세우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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