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블레임룩’

‘공항 패션’은 유명 연예인들의 전유물이다. 입출국을 위한 관문을 통과하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공항에 항시 대기하는 기자들의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다.

이와 반대되는 지점에 ‘출두 패션’이라는 표현도 있다.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경찰 혹은 검찰에 출석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마주해야 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측면에서 공항 패션과 일맥상통하지만 부정적 상황이라는 점이 다르다. ‘패셔니스타’의 대명사인 연예인이 순식간에 ‘블레임 룩’의 주인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수많은 여성의 ‘워너비 스타’였던 배우 한예슬(왼쪽 사진)은 2011년 두 차례 블레임 룩의 주인공이 됐다. 드라마 촬영 도중 제작진과 마찰을 빚고 미국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입국장과, 뺑소니 혐의로 경찰서에 출두할 때 각각 취재진과 마주했다. 당시 그가 착용했던 의상과 모자, 구두를 비롯해 들고 있던 핸드백까지 여성들의 ‘잇 아이템(it item)’으로 부각됐다.

같은 해 8월에는 원정 도박 혐의로 구설에 오른 방송인 신정환(오른쪽)이 5개월 만에 입국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그는 흰색 털모자에 검은색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입국했다. 포토라인에 선 그가 고개를 숙여 사죄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대중의 관심은 그가 입고 있던 고가의 M사 패딩 점퍼와 바지, 코믹한 모자 디자인에 쏠렸다.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그가 값비싼 의상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블레임 룩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 폭발력이 강하다. 지난해 성추문에 휩싸이며 조사를 받기 위해 잇따라 경찰서에 출두했던 배우 이진욱, 엄태웅, 유상무 등은 어두운색 재킷이나 흰색 셔츠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잘잘못을 떠나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것 자체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최대한 단정한 모습으로 경찰 조사에 응한 셈이다.

한 유명 스타일리스트는 “시상식이나 파티 같은 장소가 아니라 좋지 않은 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도 의상 콘셉트를 의논하는 연예인이나 기획사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블레임 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관련기사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