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벌금’
미국프로농구(NBA)의 뉴욕 닉스는 지난 13일 무단으로 결장한 포인트 가드 데릭 로즈에게 19만3600달러(약 2억2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1경기 출장정지에 적용하는 NBA 징계 방식을 준용해 로즈에게 연봉 2130만 달러의 1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금으로 매겼다. 로즈는 10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의 경기에 예고 없이 불참했다. 뉴욕이 뉴올리언스에 96-110으로 패했기에 로즈의 돌발 행동에 대한 코칭스태프, 구단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크리스털 팰리스의 이청용은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앨런 파듀 당시 감독을 비난했다가 구단으로부터 3만 파운드(약 4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벌금 액수는 이청용의 한 주 주급으로 알려졌다. 벌금(제재금)은 출장정지와 더불어 대표적인 징계 방식이다. 징계를 받는 사유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하다. 지나친 반칙, 폭력, 심판 권위 침해, 판정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 공개적인 비난 등이 징계 대상이다. 리그 차원에서 징계하는 경우도 있고, 소속 구단이 처벌하는 사례도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규정을 어기거나 공인의 책임을 저버렸을 경우 출장 정지나 벌금 징계에 처한다. 출장 정지와 벌금 징계가 함께 부과되기도 한다. 물론 ‘죄질’이 나쁜 경우에 해당한다.
출장 정지는 업무의 기회를 빼앗고, 소속 구단의 관리·감독 부실을 추궁한다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을 때 주전이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팀엔 큰 타격이 된다.
벌금은 출장 정지와는 달리 잘못을 저지른 선수를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다. 수익 일부분을 빼앗아 경제적인 손실을 안겨 반성을 유도한다는 게 벌금 징계의 취지. 그런데 프로스포츠의 ‘덩치’가 커져 연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솟구치면서 로즈, 이청용의 예처럼 벌금 액수도 엄청나게 불어났다.
지난해 5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경기 도중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얼굴에 펀치를 날린 루그네드 오도어(텍사스 레인저스)에게 7경기 출장정지와 함께 벌금 5000달러(약 580만 원)를 부과했다. 오도어는 바티스타가 2루에 슬라이딩하면서 다리를 높이 든 것에 격분, 바티스타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는 등 주먹다짐을 벌였고 양 팀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단체 종목에서 벤치클리어링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원인 제공자에게 리그 차원의 징계가 내려진다. 하지만 구단이 벤치클리어링을 이유로 소속 선수를 징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서는 벤치클리어링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팀이 있다. 벤치클리어링은 기싸움에 비유할 수 있다. 양 팀 선수단이 ‘집단 난투극’을 펼치는 예도 있지만 대개는 몸싸움, 고성으로 맞선다. 벤치클리어링에서 밀리게 되면 사기가 떨어지고 경기가 재개된 뒤에도 밀리게 된다.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을 때 수수방관할 경우 동료들의 비난에 직면한다. 구단에서 벤치클리어링을 ‘권장’하는 이유다. 추신수는 동료 오도어에게 부과된 벌금을 자신과 애드리안 벨트레 등 팀 내 고참들이 나눠낼 것이라고 밝혔었다.
반면 NBA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편싸움’에 다소 엄격하다. NBA는 코트 내에서 선수끼리 시비가 붙었을 때 벤치에 있던 다른 선수가 한 발자국이라도 코트에 들어서면 바로 벌금 500달러를 매기고 다음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추가한다. NHL은 폭력이 발생했을 때 벤치에서 첫 번째로 뛰쳐나오는 선수에게 벌금 1만 달러와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내린다. 두 번째로 벤치를 박차고 나온 선수는 벌금 5000달러와 5경기 출장정지를 받는다.
NBA와 NHL은 특성상 몸싸움이 허용된다. 그래서 밀치고 잡아당기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일이 잦다. 동료의 격투를 보면서 흥분하게 되면 경기 진행이 자주 중단되고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기에 ‘집단 대치’를 극도로 꺼린다.
NBA의 LA 클리퍼스 소속이던 맷 반스는 2015년 5월 경기를 관전하러 온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케츠)의 어머니와 말싸움을 벌여 5만 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반스는 지난해 1월 뉴욕 닉스의 데릭 피셔 감독에게 폭언을 퍼붓다가 벌금 3만5000달러를 부과받은 NBA의 대표적 악동이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는 1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낸 사례도 있다. 캠 챈슬러(시애틀 시호크스)는 2015년 연봉 인상을 요구하며 트레이닝 캠프에 37일간 참석하지 않았고 구단은 벌금 110만 달러(약 12억9000만 원)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챈슬러의 팀 동료였던 마숀 린치는 2014년 11월 2년 동안 인터뷰를 거부해 오다가 NFL 사무국으로부터 5만 달러 벌금을 부과받았다. NFL에선 미디어 취재에 응하는 게 의무다. 린치는 추가 벌금 경고를 받고 2015년 2월 슈퍼볼 미디어데이에 참석했지만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을 뿐”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소신’을 지켰다. 린치는 2014년 12월 자신의 사타구니를 부여잡는 자극적인 세리머니를 펼쳐 벌금 1만1050달러를 내기도 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월드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던 2008년 훈련 도중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들켜 구단에 벌금을 납부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훈련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200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호날두는 문자를 4통 보내 총 8000파운드를 내놓았다.
한국 역시 벌금이 제재 수단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농구연맹(KBL), 한국배구연맹(KOVO) 등 4대 구기 프로 기구는 명예 실추, 이미지 및 품위 손상, 폭력 행사, 판정에 대한 공개적인 불만 표출 등 심판의 권위 부정, 비신사적 행위, 종교적 차별 행위 등에 징계를 내린다.
KBO는 지난해 6월 경기 도중 주먹다짐을 벌인 LG 투수 류제국과 SK 외야수 김강민에게 벌금 300만 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KBO는 경기 중에 발생한 폭력 사건 등에 대해서는 경기 규칙의 벌칙 내규를 적용한다.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상대편 선수 또는 심판위원을 구타해 퇴장당한 경우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500만 원 이하, 출장정지 30경기 이하의 제재를 받는다. 빈볼을 던지거나 빈볼을 지시·방조한 경우엔 제재금 300만 원 이하, 출장정지 10경기 이하의 징계를 받는다.
지난해 9월 NC 소속이던 에릭 테임즈는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고 KBO는 9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NC 구단은 KBO 징계와는 별도로 테임즈에 사회봉사 50시간과 벌금 5000달러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은 KBO 규약 제151조의 품위손상 행위에 해당한다. 선수가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등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실격처분, 직무정지, 출장정지, 제재금 부과, 경고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프로농구에서는 용병 트로이 길렌워터가 LG 소속이던 2015년 12월 26일 5반칙 퇴장에 격분해 물병을 집어 던져 프로농구 경기 도중 발생한 사안으로는 역대 최고액인 600만 원을 벌금으로 물었다. 길렌워터는 돌출행동으로 악명을 떨쳤고 2015∼2016시즌 무려 143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 벌금은 한화의 최진행으로 2015년 6월 금지약물 스타노조롤이 도핑 검사에서 검출돼 KBO는 30경기 출장정지와 함께 한화에 20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한화는 구단 자체 징계로 최진행에 벌금 2000만 원을 내게 했다. 2000만 원은 유소년 야구를 위해 사용됐다.
프로농구 역대 최고 벌금은 3000만 원이다. 김승현과 오리온스(현 오리온)는 2008∼2009시즌이 끝난 뒤 연봉 협상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한 사실이 밝혀져 김승현은 9경기 출장금지에 제재금 1000만 원, 구단은 제재금 30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프로축구연맹은 전북 현대의 스카우트가 2013년 심판 2명에게 수백만 원의 뒷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지자 지난해 9월 30일 전북에 승점 9 삭감과 제재금 1억 원을 부과했다. 1억 원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액 벌금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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