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해 12월 주최한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 미팅’에 외국기업 수장으론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저지로 미국행을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특검’이 ‘대기업 특검’으로 변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특검의 기업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속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기업인의 민간 외교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14일 팀 쿡 애플 CEO 등 글로벌 IT업계의 거물 12명과 만나 지원 방안을 의논했다. 그는 이 자리에 핵심 참모진은 물론, 자녀들까지 동석하게 해 IT업계와의 관계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이 부회장은 행사에 앞서 외국 기업 CEO론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으나 특검팀의 거부로 결국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 측은 12월 초 초청을 받고 정식 출범을 앞둔 특검팀에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 허용을 요청했으나 특검은 되레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삼성 세탁기에 덤핑 판정을 내리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대거 강화하고 있는 속에서 특검팀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기업인의 민간 외교 길을 틀어막은 것은 ‘과도한 수사권 행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마윈(馬雲) 중국 알리바바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프랑스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CEO 등은 최근 트럼프 당선자를 별도로 만나 미국 투자 확대를 약속하는 등 환심 사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반면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 속에 미국·중국·일본 등과의 외교 라인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특검 여파까지 가세하자 국내 산업계는 능동적 대응은커녕, 발만 구르며 고민이 깊어가는 형국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3월 23일 열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 격인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할지도 지금으로선 불투명한 상황에 봉착했다. 이사 자격으로 참여해온 이 부회장은 해당 포럼에 강한 애정을 보여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만 해도 4차례나 면담하며 민간 경제외교의 보폭을 넓혀 왔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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