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임 스톰이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덴베일의 글렌다워 골프장에서 열린 BMW 남아프리카오픈에서 우승한 후 받은 트로피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복스버그 어드버타이저 홈페이지
그레임 스톰이 1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덴베일의 글렌다워 골프장에서 열린 BMW 남아프리카오픈에서 우승한 후 받은 트로피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복스버그 어드버타이저 홈페이지
EPGA서 세계 2위 매킬로이 꺾고 우승한 그레임 스톰

지난 15일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BMW 남아프리카오픈에서 우승한 그레임 스톰(39·영국)이 연출한 ‘인생 역전’ 드라마가 화제다.

스톰은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투어 출전권을 잃고 퇴출 위기에 놓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행운으로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꼴찌로 새 시즌을 맞은 스톰은 그러나 3번째 대회에서 챔피언이 됐다. 연장 접전이었고 상대가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8·북아일랜드)였기에 스톰의 승리는 더욱 돋보였다.

스톰은 1999년 아마추어 시절 브리티시아마추어를 제패한 유망주로 이듬해 마스터스까지 출전한 뒤 2000년 말 프로로 전향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쉽지 않았다. EPGA 2부인 챌린지투어를 거쳐 2004년에야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2007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지만, 이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선수로 9년을 보냈다. 스톰은 지난해 11월 열린 EPGA투어 2016년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 포르투갈 마스터스에서 공동 22위에 그친 탓에 시즌 상금 순위 112위가 됐고 111위까지 주는 2017년 투어 카드를 놓쳤다. 111위와 차이는 불과 88유로(약 11만 원). 포르투갈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파퍼트를 집어넣었다면 투어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기에 정말 억세게 운이 나쁜 셈이었다. 앞날이 캄캄했다. 벌이가 시원찮은 2부로 내려가거나 은퇴하는 방법밖에 없었기에 처지를 비관했다.

낙담하던 스톰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EPGA투어를 병행하던 패트릭 리드(26·미국)가 플레이오프 격인 터키항공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리드는 대회장에서 멀지 않은 안탈리아 상공회의소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기권했고, 출전 대회 수가 모자라 EPGA투어 회원 자격을 잃었다. 지난 시즌 상금 순위 44위던 리드가 제외되면서 스톰은 112위에서 111위로 올라서 극적으로 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스톰은 이런 행운을 허투루 날리지 않았다. 2017년 시즌 첫 대회인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하며 ‘생존’을 자축했다. 이어진 홍콩오픈에서 컷 탈락했지만, 스톰은 BMW 남아프리카오픈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마지막 날 3타 차 선두로 나서다가 매킬로이의 추격으로 연장전을 허용했지만, 꿋꿋하게 버틴 끝에 우승 트로피를 안을 수 있었다.

우승 상금으로 받은 16만4000유로(약 2억 원)는 지난 시즌 28차례 대회에서 번 상금의 70%에 육박했다.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출전권을 보장받았기에 더욱 기뻤다. 스톰은 “지난 연말 나는 지옥에 떨어졌었다”며 “인생에서 기회가 오면 두 손으로 꽉 움켜쥐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다시 우승할 수 있었던 건 리드 덕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리드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스톰은 19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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