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국가대표 기업의 국내외(國內外)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업체 리더가 부패 스캔들에 걸려들었다”고 전했고, CNN은 “갤럭시노트7의 굴욕적 낭패 이후 회사 이미지가 더욱 손상됐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대부분 삼성이 향후 신뢰도 하락과 경영 공백으로 곤경에 처할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다보스포럼이 17일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 경영 100개 기업에서도 4년 만에 탈락했다.

삼성이 수사 대상에 오른 이후 신년 경영계획, 정기 인사, 올해 채용일정 등 그룹의 핵심 스케줄은 줄줄이 연기됐다. 삼성 계열사는 물론, 4300여 협력사와 대졸 취업준비생들도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그룹 총수의 글로벌 경영 행보는 진작 발이 묶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주재한 ‘테크서밋’에 외국기업 경영자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으나 특검의 제동으로 가지 못했다. 팀 쿡 애플 CEO 등 IT 거물 14인이 참석한 이 회동은 한국 기업인이 트럼프와 직접 대면할 첫 기회였으나 이를 날려버린 것이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한 이재용식 혁신 전략도 18일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특검이 뇌물죄로 엮으면서 삼성은 글로벌 무대에서 ‘비리 기업’으로 낙인 찍힐 처지다. 주요 선진국과 국제기구는 부패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만 해도 외국 부패 기업과 기업인에 무거운 벌금과 징역형을 가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을 확대하는 기류다. 삼성전자는 수출의 20%를 점하는 등 한국경제에서 비중이 막대하다. 국정농단의 실체는 명백히 밝혀야 하지만, 본말이 전도된 기업 단죄 드라이브는 이미 교각살우로 빗나가고 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