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强달러에 부담 느낀 트럼프
對中 무역 적자 개선하려면
개별 품목 관세만으론 한계
1985년式 엔高 요구 가능성
中, 플라자합의 때 日과 달라
순순히 합의할 가능성 낮지만
美 ‘위안 절상’ 압박용 노림수
對中의존도 높은 한국도 타격
中과 함께 제재 대상 될 수도
18일 ‘아메리카니즘(미국 우선주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중 간 ‘환율전쟁’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자국의 제조업 부활을 강조해온 트럼프가 중국에 위안화 평가절상(가치 상승)을 목표로 한 ‘제2의 플라자합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취임 100일 안에 검토하겠다던 트럼프가 플라자합의와 같은 인위적이고 극단적인 조치를 꺼낼 경우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7일 기준 100.41로 트럼프가 당선된 지난해 11월 8일(97.71)보다 2.76% 상승했다. 지난 3일에는 장중 103.82를 기록, 1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해야 하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강(强)달러는 큰 부담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 스스로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강달러를 촉발한 점은 딜레마다. 강달러에 따른 위안화 평가절하와 대중 무역수지 적자 부담을 덜기 위해 트럼프 당선자가 과거 플라자합의와 같은 인위적인 조치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트럼프 신정부가 중국과 무역수지 적자 구조를 개선하는 데 중국의 개별기업이나 품목에 대해 관세를 높게 매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플라자합의 때처럼 환율을 ‘리셋’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미·중 간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당장 플라자합의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1985년 9월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G5 재무장관을 모아 놓고 달러 강세를 끌어내리기 위한 플라자합의를 이끌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엔고(엔화 가치 상승)’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수출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했다. 내수 부양과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꺼낸 저금리 정책은 부동산 ‘버블’을 불러왔다. 플라자합의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서막이었다.
신 원장은 “중국은 당연히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인위적인 환율 합의에 반대하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강달러를 억제하고 위안화 평가 절상 등을 통해 대중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여야 하는 트럼프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압박해 제2의 플라자합의와 같은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플라자합의 당시 일본과 지금 중국의 지위는 다르기 때문에 제2의 플라자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안보적으로 미국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중국이 과거 일본이나 유럽처럼 온순한 합의 상대가 돼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G2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과 ‘강 대 강’ 관계인 만큼 과거처럼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트럼프 정부의 환율 공약은 근본적으로 ‘실현 가능성’보다 대중 ‘압박용 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제2의 플라자합의 논의를 비롯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는 트럼프 당선자의 일련의 움직임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며 “공세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위안화 환율 절상을 이끄는 게 트럼프의 목표일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간 환율 갈등이 커질수록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1980년대 플라자합의는 사실상 일본의 대미 흑자가 많은 점을 타깃으로 삼았던 것”이라며 “미·중 간 환율전쟁이 본격화돼 또 다른 플라자합의 논의가 이뤄지면 대중 경제 노출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유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히 트럼프 정부가 노골적으로 중국 한곳만 타깃으로 삼을 수 없어, 대미 흑자 규모가 큰 한국 등을 중국과 마찬가지로 환율 협상이나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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