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이놈아.”

달려든 어머니가 김명도를 부둥켜 안았다. 김명도의 처 양기숙이, 이어서 아들과 딸이 감싸 안았으므로 한 덩어리가 되었다. 가족이 다 모인 터라 호텔 방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김명도를 데려온 김광도만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다. 오늘 오후 2시에 김명도가 석방된 것이다. 김명도뿐만이 아니다. 함께 체포되었던 일당 셋까지 함께 추방 형식으로 한국에 보내진 것이다. 정식 재판을 거쳐 테러 혐의로 최소한 10년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일본 정부는 넷이 전과가 없는 데다 미수에 그쳤고 인명을 살상할 의도가 없었다는 등 구구한 이유를 붙였지만 모두가 안다. 기세에 밀린 것이다. 이제는 국가 간의 분쟁도 그 기세에 좌우된다는 것을 세계인 모두가 아는 것이다. 한바탕 소란이 끝났을 때 김광도가 아버지 김진봉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 그만 가볼게요.”

“오오.”

김진봉이 두 손을 벌리며 다가왔다.

“다 네 덕분이다.”

“아이구, 아버지도.”

“아녀, 네가 힘썼기 때문이여.”

어머니도 떠들썩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네가 대통령한테까지 부탁을 한 덕분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신문에도 났다. 김광도가 서동수 대통령한테 형 김명도의 구명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장 유병선이 전화를 한 번 해줬을 뿐 서동수와 통화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그렇게 믿도록 가만있는 것이 낫다. 가족들의 인사를 받으며 김광도는 부산을 떠나 귀국길에 올랐다. 그동안 형 때문에 가족들이 모여있는 부산을 오가느라고 한랜드 사업장을 많이 비웠기 때문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한랜드 한시티행 비행편은 하루에 12회가 있다. 김광도는 기조실장 고영일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오늘도 김광도는 이코노미를 이용했는데 옆자리에 젊은 여자가 앉아 있다. 창가 좌석에 앉아 있던 여자가 힐끗 김광도를 보더니 다시 들고 있던 소책자를 읽는다. 좌석벨트를 매던 김광도가 그 소책자가 ‘유라시아그룹’ 안내서인 것을 보았다. 유라시아그룹에 입사한 직원이 읽어야 하는 필수 교재나 같다. 이륙한 비행기가 순항고도에 올라 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김광도가 여자에게 물었다.

“유라시아그룹 어느 회사에 입사했습니까?”

놀란 여자가 안내서를 접더니 김광도를 보았다. 금방 얼굴이 빨개졌고 크게 뜬 눈이 반짝였다. 화장기가 없는 얼굴이었지만 윤기가 났고 갸름한 얼굴의 미인이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 맨 목이 드러났다. 잠깐 시선을 마주쳤던 여자가 외면하면서 말했다.

“한시티의 클럽단지에 있는 중학교 교사로 갑니다.”

“그러시군요.”

머리를 끄덕인 김광도가 다시 물었다.

“숙소는 구하셨습니까?”

“네, 우선 단지 안 클럽 기숙사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유라시아클럽은 단지 내에 유아원부터 대학까지를 건설하고 있었는데 현재 중학교까지 완공되었다. 하지만 중학교 교원 숙소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 클럽의 직원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 모두 사립이지만 최고의 시설과 교직원을 갖춘 교육기관이다. 김광도가 다시 물었다.

“안내서를 읽고 계셨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까?”

여자가 머리를 저었다.

“아뇨, 이만하면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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